2023년 일본 유통가에 ‘바쿠가이’(중국인의 싹쓸이 쇼핑)라는 말이 10여 년 만에 재등장했다. 도쿄 긴자 거리가 명품이 담긴 종이봉투를 양손 가득 든 중국인 관광객으로 꽉 찬 진풍경이 펼쳐지면서다. 과거 밥솥과 생필품이 주요 쇼핑 품목이었다면 이 시기엔 명품을 쓸어 담았다. 그 결과 일본 이세탄미쓰코시 등 주요 백화점은 이듬해까지 주가와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뛰는 대호황을 누렸다. 최근 국내 백화점 상황이 2023~2024년 일본 백화점의 호황 국면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롯데·신세계 주가 50% 급등
내수 부진과 중동전쟁으로 글로벌 유통업계가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국내 백화점이 나 홀로 슈퍼 호황을 맞았다. 원저 현상의 장기화, 중국 정부의 ‘한일령’(일본과의 관계 제한 조치), 방탄소년단(BTS) 컴백을 비롯한 K웨이브 등에 힘입어 ‘큰손’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영향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10일 리서치 및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백화점 중심의 유통 3사(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7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13.83%)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대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호황은 기저효과가 반영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15년여 만에 처음이다. 미국 월마트(8.9%) TJX(8%) 메이시스(-11.7%), 일본 이세탄미쓰코시(2%) 다카시마야(-7.5%), 등 글로벌 유통업체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거나 증가율이 한 자릿수대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국내 백화점의 반등은 주가로도 확인된다. 올 들어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각각 56%, 47% 급등했다. 이 기간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60%), SK하이닉스(51%)와 맞먹는 상승률이다.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올 1~2월 외국인의 신용카드 결제액은 38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급증했다. 큰손 중국인 관광객이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명품 소비 성향이 높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일령과 원저 현상에 힘입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한일령 이전에는 K컬처에 관심이 많은 중국 젊은 세대가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에서 주로 소비했다. 한일령 이후 명품 쇼핑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던 중국 관광객이 한국으로 유입돼 백화점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명품 가격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루이비통 ‘알마BB’ 가방 정가는 원저 효과를 반영하면 한국이 중국보다 약 17% 낮다. 면세까지 받으면 23%가량 싸게 살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 쑨지에 씨(25)는 “중국 SNS에서는 한국에 여행 안 가면 손해라는 게시글이 자주 올라온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5~7% 수준인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1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일본에 간 중국인 관광객 910만 명 중 일부만 한국에 와도 외국인 매출이 퀀텀 점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中보다 20% 싼 명품
내수 환경도 개선됐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백화점 명품 매출이 늘었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매출도 각각 20.2%, 15% 늘어났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가치 상승에 힘입어 고소득층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하이 주얼리를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고가 주얼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소득층이 주얼리를 단순히 사치재가 아니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인플레이션 시대에 자산 가치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역대 최대 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데 따른 소득 증가 효과도 백화점 호황의 원인으로 꼽힌다.
맹진규/배태웅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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