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고유가, 전기차 전환 확 앞당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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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동발 고유가, 전기차 전환 확 앞당길것"

입력 : 2026.04.13 17:15

'엔진 너머의 미래' 펴낸 안병기 삼성SDI 고문
자율주행차 시스템은
전기차 구조에 알맞아
앞으로 수요 폭발할듯
배터리 충전량 낮추면
화재위험 급격히 줄것

사진설명

"2030년께 이르면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겁니다."

지난 30년간 배터리 업계와 현대차·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계를 두루 경험한 안병기 삼성SDI 고문·부사장(62)이 내린 진단은 명쾌했다. 현재 이른바 캐즘(Chasm)으로 불리는, 소비 둔화에 빠져 있는 전기차 시장이 향후 4년의 준비기를 거쳐 다시 성장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고문은 최근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미래를 다룬 '엔진 너머의 미래'를 통해 지금의 정체를 위기가 아닌, '전기차 2.0' 시대로 가기 위한 구조적 진통으로 정의했다. 안 고문은 먼저 '기술적 필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연기관은 구조적으로 너무 복잡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얹기에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라며 "반면 전기차는 제어가 정밀하고 구조가 단순해 자율주행을 실현하기에 가장 알맞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의 전기차 시장 정체의 주된 이유가 내재적인 요인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조금 삭감 같은 외부 변수라는 점도 들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조금 정책 변화가 단기적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춘 건 사실"이라면서도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유가 상황을 지속시키면 전기차 수요는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 전기차의 폭발적인 성장을 적어도 4년 후로 예측한 이유로는 산업 구조적인 측면을 들었다. 안 고문은 "4~5년이면 자동차 모델 한 세대를 개발하기에는 빠듯한 기간"이라며 "현재 기술력이나 시장 점유율이 특별한 이유 없이 큰 폭으로 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된 바 있다.

배터리 열폭주 등 폭발 위험성에 대해 묻자 그는 "현재 기술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위험성이 부각된 것은 업계가 고밀도 배터리에 과도하게 집중해왔기 때문"이라며 "사실 충전량을 조금만 낮춰도 화재 위험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으며 이제는 안전성 경쟁이 시작된 단계"라고 설명했다. 2~3년전부터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최대 주행거리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제는 배터리 조성 변경과 절연 설계 등 '안전성'에 집중하는 기술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향후 몇 년 내로 상용화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안 고문은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며 "삼성SDI는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과 함께 관련 특허 분야에서 최상위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고문은 최근 완성차 업계의 화두인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자동차 공장은 이미 고도로 자동화된 전용 로봇들로 가득 차 있다"며 "정해진 공정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차 생산라인에서는 인간의 형태를 본뜬 휴머노이드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고문은 "군사용이나 돌봄 로봇 등에서 휴머노이드의 활용성이 크다"며 미래 산업 트렌드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안 고문은 전기차 다음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결정지을 핵심 동력으로 '리더십'을 꼽았다. 특히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는 변곡점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하이브리드가 강한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선전하겠지만, 2035년 자동차 산업 순위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안 고문은 국가별 특성에 따른 리더십의 차이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그는 "일본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 때문에 변화가 느린 반면에 한국은 평균 이상의 우수한 인력들이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거대 자본과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중국까지 가세해 한·중·일의 완성차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미국의 '천재 리더십'을 경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안 고문은 "미국은 일론 머스크나 래리 페이지 같은 천재들이 산업의 경로를 확확 꺾어버리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라며 "결국 10년 뒤 순위표는 우리 리더들이 그들의 파괴적 혁신을 얼마나 빨리 읽어내고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100년 역사의 미국 자동차 빅3가 산업 판도를 읽지 못해 무너져내렸듯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동북아 완성차 업체들도 단 한 번의 실책으로 몰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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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과도기적인 정체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했으며, 향후 4년 이내에 다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병기 삼성SDI 고문은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기술 혁신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향후 10년 내 현대차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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