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K로펌, 해외로펌과 협업구조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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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커리 샤프 법무법인 광장 선임외국변호사 인터뷰
"중재 후속 대응 로펌 드물어…분쟁 전반 들여다봐야
美 불확실성, 기술·헬스케어 분쟁 전선 확대시킬 것
해외 법률시장은 경쟁보다 협업…네트워크 이점 살려야”

"중재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 K로펌, 해외로펌과 협업구조 짜야"

"중재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로펌도 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다양한 대응 전략을 제시해야 합니다."

재커리 샤프 법무법인 광장 선임외국변호사(사진)는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재에 돌입하더라도 중재 결과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미칠 장기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샤프 변호사는 세계적 로펌 존스데이(Jones Day)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국제분쟁팀 팀장을 지낸 후 지난 3월 광장에 합류했다. 현재는 박은영 변호사(사법연수원 20기)와 함께 광장 국제중재 공동팀장을 맡고 있다. 광장은 국제중재, 국제통상, 경제제재 대응 등 10여 개 팀으로 구성된 국제분쟁그룹을 통해 분쟁 자문 역량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는 광장이 '중재'에서 나아가 '분쟁' 전반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한 점을 주목했다. 샤프 변호사는 "중재에 강한 로펌은 많지만, 판정 집행이나 자산 압류 같은 사후 대응까지 가능한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은 패소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어 하는데, 존스데이가 국제분쟁팀을 따로 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처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분쟁은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기술이나 헬스케어처럼 규제가 고도화되고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잠재적 무역 리스크가 분쟁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반도체 등 보조금 중심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왔고,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분쟁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분쟁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고 봤다. 기업 입장에선 행정 조치 요청 등 사전 대응 수단을 최대한 활용한 뒤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샤프 변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도 분쟁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실제 법적 분쟁은 2~3년 뒤에야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중재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 K로펌, 해외로펌과 협업구조 짜야"

국내 로펌들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면 글로벌 로펌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최근 국내 대형 로펌은 해외 기업 고객 확보와 매출 확충을 위해 우수 외국변호사 영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앨런앤오버리(A&O) 출신 국제중재 변호사를 영입했고, 김앤장은 클리어리가틀립 출신 인수합병(M&A) 팀을 통째로 데려왔다.

샤프 변호사는 "해외 법률시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로펌의 국제중재팀은 규모와 역량 모두 해외 대형 로펌 못지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외 분쟁이 발생하면 현지 법률 전문가의 참여가 여전히 필요하다"며 "글로벌 로펌은 각국 시장에 먼저 진입해 인맥과 노하우를 쌓은 만큼, 이들의 '퍼스트 무버'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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