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쌓일지, 근육이 될지…식사후 90분에 달렸다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1 day ago 5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숱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는가.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질책했는가.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의지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상태와 맞지 않는 방법을 계속 시도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음식을 자꾸 먹고 움직이는 게 귀찮아지는 건 스트레스, 불안, 수면 부족 등 여러 이유 때문이다. 어떤 부분이 무너져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식단, 신체 활동, 마음 관리를 제시하며 무너진 축부터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구조를 만들면 이를 악물고 애쓰지 않아도 체중을 줄이고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살찌지 않는 몸’(웅진지식하우스)은 올해 3월 출간된 후 두 달 만에 1만 5000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독자들은 “해결이 안 되는 살과의 전쟁을 왜 늘 하는지, 우리 몸에 대해 알려 준다”고 했다.

‘살찌지 않는 몸’을 쓴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                                                              우창윤 원장 제공

‘살찌지 않는 몸’을 쓴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 우창윤 원장 제공

책을 쓴 우창윤 윔클리닉 대표원장(42)을 13일 서울 서초구 윔클리닉에서 만났다. 인하대 의대를 졸업한 우 원장은 서울아산병원 통합내과 교수를 지냈다. 윔클리닉은 비만·대사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진료한다. 편집자인 박주연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과장(41)은 18일 경기 파주시 웅진씽크빅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 원장은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쓴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필명 ‘한산이가’),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의학정보를 소개하는 유튜브 ‘닥터프렌즈’를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셋은 군의관 동기다. 이 전문의와는 인하대 의대 동기이기도 하다. ‘닥터프렌즈’가 큰 인기를 얻으며 우 원장은 수많은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받았다. 모두 거절했다.

“소설책을 좋아해요. 소설가들은 필력이 엄청나잖아요. 글은 ‘감히’ 내가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비만에 대해 자주 얘기하다보니 정리된 자료를 만들고 싶어졌다. 평소 보지 않았던 실용서를 읽기 시작했다.

“실용서는 필력보단 내용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던 중 2024년 출간 제안을 받자 수락했다. 박 과장이 아닌 웅진씽크빅의 다른 편집자였다. 우 원장은 “본인이 아파서 힘들었던 얘기를 한 것도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해당 편집자가 회사를 떠나게 돼 박 과장이 편집을 맡게 됐다.

‘살찌지 않는 몸’ 책표지.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살찌지 않는 몸’ 책표지.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우 원장은 지난해 8월 서울아산병원을 떠나 개원 준비를 하며 본격적으로 집필했다. 평소 일기를 쓰진 않았지만 기획안, 질의 응답은 많이 썼다. 닥터프렌즈 원고도 직접 쓴다. 그 모든 것이 실용서 글쓰기였다는 걸 깨달았다.

유명 작가인 이낙준 원장에게 원고를 보여주진 않았다.

“부끄러워서 못 보여주겠더라고요.(웃음) (이 원장이 쓰는) 소설이 아니기도 했고요.”

박 과장은 “전달하는 내용이 확실하고 비유도 잘 써서 순서와 구조만 바꾸고 문장은 그대로 살렸다”고 했다.

책 뒤에는 ‘대사를 되살리는 4주 식단’을 실었다. 우 원장은 처음엔 반대했다. 우 원장은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른데 일률적으로 4주 식단을 제안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박 과장은 “독자에게 지도를 통해 방향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음식 종류와 양을 변주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면 된다”고 했다.

책 제목은 가제를 그대로 썼다. 제목 회의를 세 차례 했지만 가제가 가장 직관적이라고 판단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혜원(김태리).  아침 식사는 뇌와 대사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빵, 주스 대신 단백질, 채소, 아몬드 등을 먹는게 중요한 이유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혜원(김태리). 아침 식사는 뇌와 대사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빵, 주스 대신 단백질, 채소, 아몬드 등을 먹는게 중요한 이유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출간 후 우 원장은 각종 방송, 유튜브에 출연했다.

“작가님마다 책을 알리려고 공들이는 정도가 다른데요, 원장님이 너무나 열심히 뛰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유튜브 채널에 연락하면 비용을 내야 하지만 저자와 연락하면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박 과장은 우 원장에게 “해당 유튜브와 직접 소통하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우 원장은 선선히 수락했다.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사인회도 했다.

“진료가 없는 시간을 골라 평일 오후 4시에 사인회를 열었는데 100명 넘게 오셨어요. 닥터프렌즈 팬 중 ‘평일 오후에 사인회를 하면 직장인은 어쩌라는 거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웃음)”

우 원장의 별명은 ‘아뇨아뇨쌤’. 그의 권유와 반대로 하겠다며 장난치는 ‘청개구리’ 캐릭터들의 반응에 ‘아뇨아뇨’라고 정색하며 설명해 붙은 별명이다.

우 원장은 책의 효과를 아내를 보며 실감했다고 한다. 아내는 닥터프렌즈 디렉터 심혜리 씨다.

“아내가 침대에서 과자를 먹으면 제가 그러지 말라고 해요. 아내는 근육량이 적고 생활 리듬이 안 좋거든요. 아내는 잔소리라고 여겨 못 마땅해 했어요. 그런데 ‘책을 보니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책 쓰길 진짜 잘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우 원장은 뇌졸중, 치매, 심부전, 암, 실명 등 중증 질환자들을 진료하며 비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질병으로 치닫기 전 환자들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지방간을 앓았다. 그 앞 단계에는 비만이 자리했다.

“심각한 질환을 초래하는 비만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질환이 생긴 다음 치료하는데요, 그 전에 노력하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살 빼기 열풍은 오래됐다. 그는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방식보다 빠른 기간에 체중을 줄이는데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원 푸드 다이어트’처럼 식품을 극도로 제한하는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뇌는 먹을 게 없다고 인식해요. 에너지가 높은 식품을 먹고 싶어지게 하죠. 그래서 급격하게 살을 뺀 후 폭식하며 음식 중독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자전거를 타는 혜원(김태리).  식사 후 몸을 움직이면 혈당 상승폭이 낮아지고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충동도 떨어뜨린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자전거를 타는 혜원(김태리). 식사 후 몸을 움직이면 혈당 상승폭이 낮아지고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충동도 떨어뜨린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성들 가운데는 정상 체중이고 의학적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살을 빼고 싶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한데 마른 몸을 원하는 사람이 더 위험해요. 살을 빼려고 검증되지 않은 걸 먹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평소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섭취하고 운동하다 하루는 치킨, 케이크, 피자 등을 마음껏 먹는 ‘치팅 데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음식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조절 능력이 생기기 전에 치팅 데이를 갖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보상을 음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요.”

그는 7살, 5살인 딸 둘을 키우고 있다.

“딸들은 잡곡밥에 과일을 주로 먹어요. 집엔 과자가 없는 게 기본값이에요. 아이들은 없으면 안 찾아요. 딸들은 편의점에 데려가도 우유를 골라요.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하면 입맛도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됩니다.”

우 원장은 식사할 때 채소를 먼저 먹은 후 밥을 먹고, 식후에 걷고 평소 조금 더 움직여보라고 권한다.

“작은 변화야말로 지속될 수 있는 변화예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살 빼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10억 원짜리 자동차를 샀다면 얼마나 열심히 관리하겠어요. 평생 써야 하는 단 하나뿐인 ‘머신’인 몸은 훨씬 더 비쌉니다. 아끼면서 가꿔야 합니다.”

■‘살찌지 않는 몸’(웅진지식하우스·2026년)은….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42)가 호르몬, 대사, 수면,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살이 찌지 않게 구조를 만드는 방법을 정리했다. 서울아산병원 통합내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윔클리닉 대표원장이다.

체중을 줄이려면 살이 찌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잠이 부족하면 혈당이 쉽게 오르고 섭취한 에너지가 내장지방으로 쌓이며 근육이 줄어든다. 식사량을 줄여도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면 효과가 없는 이유다. 하루 7시간은 자야 한다.

잠드는 시각보다 일어나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 생체 리듬은 일어나는 시각에 보다 강하게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말에 잠을 몰아자고 싶으면 취침 시간을 앞당기는 게 좋다”고 말한다.

식사 후 90분은 섭취한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될지, 근육에서 바로 사용될지를 가르는 시간이다. 식사 후 10~30분만 움직여도 혈당 상승 폭은 22~26% 낮아진다.

아침 식사는 뇌와 대사에 방향성을 부여한다. 빵, 주스 같은 정제 탄수화물과 단순당으로 시작하면 뇌는 과도한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를 효율적인 생존 전략으로 학습해 이런 식품군에 대한 선호를 높인다. 단백질,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이 든 계란, 나물, 채소, 아몬드 등을 아침에 먹는 게 중요한 이유다.

식사할 때 채소, 단백질, 지방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으면 포만 호르몬이 빠르게 올라오고 흡수 속도는 느려진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땐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잘 섭취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은 근육의 포도당 흡수를 활성화시켜 췌장의 인슐린 분비 부담이 줄어든다.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충동도 떨어뜨린다.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찬찬히 짚고 생활 방식 전체를 조망하며 체중 관리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살이 찌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다. 변화의 출발점은 의지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의지가 필요하지 않은 생활 구조의 설계”라고 강조한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