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데려올 왼손 파이어볼러' 홍민기, 롯데 선발진 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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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6-19 오후 12:29:19

    수정 2025-06-19 오후 12:29:19

[사직=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랜 야구 속설 가운데 ‘강속구 왼손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이 있다. 빠른공을 던지는 왼손투수는 그만큼 귀하고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자이언츠 왼손 선발 기대주 홍민기. 사진=롯데자이언츠

롯데자이언츠의 ‘2001년생 영건’ 홍민기(24)가 딱 그런 선수다. 최고 155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투수. 대단히 매력적인 선수가 KBO리그에 깜짝 등장했다.

홍민기는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4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선발투수 승리 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그의 호투 덕분에 롯데는 6-3 승리를 거뒀다.

사실 홍민기의 선발 등판은 갑작스레 결정됐다. 원래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토종에이스 박세웅이 이탈하면서 경기 하루 전날 선발 등판을 통보했다. 2000년 프로 데뷔 이래 1군 경기 선발은 지난해 딱 한 번 뿐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구위는 좋은데...”라면서도 “4이닝 정도만 잘 막아주면 좋겠다”며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본격 선발 준비를 하지 않은 탓에 투구수도 60개 정도로 계획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김태형 감독의 바람대로 홍민기는 4이닝을 확실하게 막았다. 최고 155km, 평균 150km에 이르는 빠른공에 한화 타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질은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였지만 구위 자체가 워낙 강력하다보니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체력이 덜 준비된 탓에 투구수 60개가 넘어간 5회부터는 구속과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5회초 연속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활짝 웃었다. 더그아웃에서 홍민기를 따로 불러 등을 툭툭 쳐주며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김태형 감독에게서 나올 수 있는 특급칭찬이었다.

홍민기는 2020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질적인 제구 난조가 늘 발목을 잡았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한 뒤 퓨처스 홈구장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투수코치들과 투구폼 수정에 돌입했다. 방법을 찾았다. 디딤발과 축발을 엇갈리게 두지 않고 일자로 곧게 두면서 눈에 띄게 제구가 좋아졌다. 이날 호투는 그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홍민기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제구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구속은 알아서 따라온 것 같다”며 “1군 경기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내게 편한 폼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올 시즌 이민석이라는 선발 기대주를 발견한 롯데는 이렇게 또 하나의 영건을 발견했다. 투수 유망주 맛집이라 불러도 나쁘지 않다. 다만 ‘진짜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최소 5이닝을 버틸 수 있는 체력도 끌어올려야 하고 직구, 슬라이더 외 다른 승부구도 찾아야 한다.

홍민기는 “5회까지 던져 승리투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았다”며 웃은 뒤 “욕심을 내는 바람에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비록 긴 이닝을 던지진 못했지만, 내 기량의 80% 정도는 보여준 것 같다”며 “앞으로 구종도 추가하고, 전력분석도 잘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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