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문가 조정열
K옥션·쏘카·한독 등 위기마다 소환
6개 산업군에서 CEO로 맹활약하며
조직군살빼고 턴어라운드 기회 창출
직원 흔들릴수밖에 없는 조직슬림화
공식적인 소통 정공법이 가장 중요해
‘한독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 ‘포브스 코리아 선정 파워 여성 CEO’. 화려한 별명은 여럿이지만 조정열 전 에이블씨앤씨 대표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아무래도 ‘구조조정 전문가’다. 케이옥션, 갤러리현대, 피자헛, 쏘카, 한독, 에이블씨엔씨 등 서로 연관성을 찾기 힘든 예술, 정보기술(IT), 제약, 소비재, 식음료(F&B) 산업군에서 위기마다 소환돼 턴어라운드라는 중대한 숙제를 풀어 나갔던 이력 때문이다. 6개 산업군에서 그가 일하며 썼던 명함만 10여 개. 2022년 3월 ‘미샤’의 에이블씨엔씨 대표직을 끝으로 조 전 대표는 4년여간 현업에서 멀어져 있었다. 공백기 동안은 치매에 걸린 부친의 요양에 집중했다.
그 와중에도 그가 놓지 않은 것은 기록이다. 초년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일 일기를 쓴다는 그는 32년간의 다사다난했던 직장 생활의 경험담을 글로 옮겼다. 이렇게 8개월간 정리한 글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직장인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었고 이를 묶은 책 ‘전략보다 ‘지금, 여기’였다’가 지난 3월 출간됐다.
전혀 다른 6개 산업군에서 몸담은 조 전 대표의 이력도 독특하지만, 글로벌 다국적 기업부터 창업주 기업,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다양한 오너십을 경험해본 전문경영인은 국내에서 찾기 드물다. 조 전 대표는 ##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다국적 회사에서 전문경영인은 주도적으로 문제를 스스로 찾고 규명해 해결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탁월함을 증명하는 길이지만, 오너 회사에서는 오너가 중요하다고 규정한 문제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며 “오너십에 관계없이 전문경영인의 본질적인 역할은 오너들이 직접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 그리고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대표는 1991년 동서리서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마케팅 사관학교’로 불리는 유니레버와 로레알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했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 한국 지사에서 영업·마케팅 상무를, MSD 미국 본사에서는 전략 디렉터를 담당했다. 피자헛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 전무로 근무하다 K옥션과 갤러리현대, 쏘카, 한독, 에이블씨엔씨에서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조 전 대표는 자칭 ‘실전주의자’다. 1999년 어느 일요일 오전, 분당의 한 백화점에서 유모차를 끌다가 우연히 만난 마르탱 기유 로레알 코리아 총괄사장에게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자신의 명함을 전달했다가 다음 날 바로 채용된 이야기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기 어렵다. 적극적이고 돌진하는 그의 성격은 여러 업계를 넘나들며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업종은 달라도 그가 거친 회사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내부적인 구조조정이나 조직 변화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인사 배치는 조 전 대표가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낸 방법 중 하나다. 남성 중심의 인맥 영업에 의존하던 제약 회사의 오랜 관습을 바꾸기 위해 성과가 높은 영업사원을 위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 제품 중심의 영업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경험이 대표적이다.
조 전 대표는 “한국 다수의 기업이 성과와 보상이 느슨하게 연결돼 있어 차별화되지 않는다”며 “나이, 학력, 성별과 관계없이 중요한 포지션에 성과 중심으로 인재를 재배치하는 것은 조직 전체에 충격을 주는 한편 긍정적인 문화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 슬림화는 전문경영인이라면 한 번쯤 겪는 숙명이지만, 가장 피하고 싶은 난도 높은 숙제다. 직원들의 동요를 가장 크게 일으킬 수 있지만 구조조정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만큼 조직의 구심점이 흔들리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
조 전 대표는 “다수의 경영진이 희망퇴직 프로그램(ERP) 없이 조직을 슬림화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다한 솔직하고 공식적인 소통”이라며 “직원이 회사에게 침착한 마음으로 요구할 것을 말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듣고 대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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