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충북 진천 반도체 소재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2028년 연간 생산능력(2400t)이 최대 900억원(반도체 소재 부문)으로 커집니다. 하반기 반도체 고객사 주문 품목도 늘 것으로 기대돼 올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겠습니다.”
이동훈 켐트로스 대표(1963년생)는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나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06년 3월 유기합성 기술을 가지고 설립한 소재 회사인 켐트로스는 코스닥 시가총액 1178억원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제 14대 코스닥협회장에 선출됐는데 주가 하락으로 힘들어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약 3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별망로 270번길 28에 위치한 융합소재사업부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2006년 3월 연구 중심 벤처로 출발했고, 2010년 9월 삼풍제약을 인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다. 2011년 1월 전자재료 사업으로 확장하고 안산 1공장을 완공한다. 사업 확장 계획에 따라 2014년 충북 진천 2만2409㎡ 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2015년 동부전자재료 폴리머 사업부의 일부 자산 및 영업권을 인수한다. 유기합성 영역에서 고분자 소재로 사업을 확대한 순간이다. 2017년 10월 11일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고 2020년 10월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꼽힌다. 2021년 4월 연구 역량 확대와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통합 연구센터(안산)를 세웠다.
안산에 1공장, 2공장, 연구소가 있고 3공장은 진천에 있다. 안산 1공장 상주 인원은 약 30명으로 유기합성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전자·의약품 원료와 같은 화학소재를 만든다.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를 비롯해 반도체 공정소재, 디스플레이 공정소재, 의약중간체 및 원료의약품 등을 제조한다. 2공장은 배합기술을 바탕으로 특수용도 고분자 접착소재를 생산한다. 산업용 카메라 모듈 및 LED TV에 적용되는 기능성 고품질 에폭시 접착제, 컨포멀 코팅 소재, 변성 실리콘 실란트, 전자부품 및 스피커 조립용 접착제 외 기타 특수용 산업용 고분자 소재를 생산한다. 근무인원은 60명으로 융합소재-생산팀과 품질보증팀, 경영팀 등이 있다.
연구소는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디스플레이, 기능성 중간체 등과 반도체 소재, 융합소재 등 신소재 개발에 3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3공장은 35명이 상주하는데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고분자 소재 생산에 힘쓴다. 박명운 부장은 “3공장의 경우 최첨단 모니터링 시스템 및 전문화된 제품별 생산동으로 구성되어 있어 추가 증설을 위한 유휴 토지 공간도 확보해 놓은 상태라 반도체 수요 폭발 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제조 및 판매가 주요 사업이다. 배터리 충·방전 시 온도 상승으로 인한 화재를 방지하는 첨가제를 만들기도 했고, 전해액 첨가제 CTW·CTL·CTH 등은 에너지 밀도 개선과 2차전지 수명 연장, 저온방전 방지 등의 특성 향상 효과가 있다.
최근 2차전지 사업 정체로 반도체 소재 부문을 키우고 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소재 3공장 부지에 반도체 소재 부문 신공장이 곧 완공되는데, 현재 생산 중인 감광성 소재 외에도 PAG·모노머·KrF 고분자 소재 등을 추가로 양산할 예정이다.
“진천 반도체 공장 증설…올 매출·영업익 20% 이상 증가 도전”
이 대표는 “진천 3공장 증설로 4분기부터 매출이 올라갈 것 같다”며 “반도체 사업 확대로 올 20% 이상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의 50% 이상을 2차전지가 담당했는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예상보다 길어져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소재 사업 확대로 2028년 매출 15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약중간체, 전자재료, 화학중간체, 산업용 특수접착체 등서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인 2차전지와 반도체 사업이 불붙는다면 퀀텀점프를 노려볼만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재의 경우 동진쎄미켐, 삼성SDI, 일본 도쿄오카공업(TOK) 등 국내외 5곳이 거래처다. 켐트로스는 사실상 2차 밴더 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최종 납품된다. 2차전지는 SK온, 삼성SDI 등과 거래한다. 의약품 소재는 대원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새 먹거리로 점찍은 반도체 소재의 경우 성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공정에 들어가는 고분자 소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토레지스트(감광성 물질)는 빛에 반응해 응고 또는 용해하는 특성이 있는 감광액의 일종으로서,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베어웨이퍼 위에 회로패턴을 그려 넣는데 활용되는 소재다.
이 대표는 “고분자 소재의 경우 일본에서 주로 수입을 하는데, 파우더 형태로 제품이 들어오는데 나중에 또 공정에 맞춰 액상으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액상으로 납품 준비를 마친 우린 일본 제품보다 평균 10% 가격 경쟁력도 있고 성능이 좋아서 수요처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특히 “작년 4월 음이온 중합기술을 활용해 고분자 소재 첫 양산을 시작했다”며 “작년 60억원 발생했던 반도체 소재 매출이 올해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탄탄한 사업 구조로 작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2020년 매출 435억원, 영업이익 13억원에서 작년 매출 503억원, 영업이익 38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15.63%, 192.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88%에서 7.53%까지 높아졌다. 작년 첨단소재(2차전지·OLED·의약소재) 부문에서 285억 매출이 발생했고 융합소재(산업용 접착제 등) 158억원, 반도체소재 60억원 순이었다.
상장 후 최고점 대비 76% 폭락 … “무상증자 중장기 검토”
다만 1일 주가는 4435원으로 상장 후 최고점(2021년 9월 30일 고가 1만9000원) 대비 76.66% 폭락했다. 2019년 7월 1일 일본 아베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자립화 열풍에 2021년 9월 주가는 2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소재 산업의 특성상 폭발적인 매출 증가로 이뤄지지 않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를 지적하자 “회사 성장에 발맞춰 투자를 늘린 측면도 있다”면서 “적절한 시점이 되면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는 것을 중장기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본잉여금은 1분기 기준 308억원 있어 무상증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총 주식 수는 2655만8307주로 이 대표(지분 14.53%) 외 특수관계인 3인이 지분 15.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 노앤파트너스(챔피온홀딩스)가 지분 14%를 확보했다. 사실상 유통 물량은 약 70% 정도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91억원, 유형 자산 631억원 있다. 노앤파트너스는 총 700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5년 이상의 장기 투자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이 대표 외 특수관계인 지분을 1주당 9100원에 380만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총 700억원의 투자금 중 절반이 특수관계인 주식 인수 대금, 절반은 신주인수권부 사채에 투입했다. 노앤파트너스도 현재 손실이 큰 셈이다.
이 대표는 “화학 소재 회사로서 대체 불가능한 기업을 꿈꾼다”며 “한국의 바스프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진천 공장 내 진행 중인 설비 투자가 반도체 소재 분야에 대한 생산관련 시설인 만큼 반도체 산업이 활황으로 돌아선다면 추가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시가총액 7000억원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목표다.
다만 한국 2차전지,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켐트로스 성장세 역시 꺾일 수 있다. 그 이유는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해 제조 공급하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구조인데, 수요처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최적의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 때문에 거래처의 주문이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3년 직장생활로 모은 2억 베팅…171억 주식 부자 됐다
171억원 주식 부자인 그는 1990년 CJ 제약사업부 신약개발 연구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3년 근무 후 학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기 위해 KAIST 화학과 박사 과정을 마치러 학교로 돌아갔다. 이후 한솔그룹 신약사업부 기술원 입사 후 10년을 근무했는데 IMF 사태로 신약 개발 사업이 속도를 못 내자 사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 3월 자본금 4억4000만원을 가지고 창업(직원 3명)했는데 13년 직장생활 모은 돈(퇴직금 포함) 2억원을 베팅했다. 나머지는 지인들의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한솔그룹이 연구소를 싼 가격에 빌려줘서 사업 출발을 할 수 있었는데, 4억400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금이 통장에서 점점 줄어드는 걸 볼 때 ‘새벽에 잠도 못 잔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몸소 깨달았다”고 한다. 이어 “저를 믿고 투자한 지인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며 “이불을 박차고 사업 설계를 제대로 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제품 주문이 들어오면서 창업 첫해 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12억원, 2008년 24억원의 매출 증가세를 보인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공장이 필요했다. 그는 “임대만으로는 생산이 불확실했기에 자체 공장을 살려고 땅을 보러 다녔는데 지금 안산 1공장(1006평)이 마침 매물로 나왔다”고 했다. 수중에 현금이 없었기에 삼풍제약 오너 2세를 만나 향후 사업 계획을 일일히 설명하며 진심으로 설득해 인수 도장(2010년)을 찍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공행진할 줄 알았던 그의 사업도 복병을 만나긴 했다. 연구소를 이전하려고 했는데 폐기물을 모은 드럼통 폭발로 직원 두 명이 다쳤고 실험실 일부가 불에 탔다.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이 일을 계기로 안전에 더 신경 쓰게 되고 수습에 총력을 다해 ‘소부장 강자’로 자리 잡게 된다.
청춘들을 위한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며 “경험엔 실패가 반드시 따라오지만, 두려워말고 그 경험을 직접 부딪혀라”고 답했다. 그는 “회사 일하면서 느낀 건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며 “본인만의 관점을 갖기 위한 시간을 만들고 맥락을 읽는 게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인생은 마라톤이다”며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결국 꾸준함을 이기진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데 중요한 건 애티튜드(자세)다”며 “상대를 대할 땐 예의를 갖추는 인품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지난 2월부터 코스닥협회장 임기를 시작한 그에게 코스닥 현주소를 물었다. 이 대표는 “현재 2763개 상장사 중 코스닥에 1796개 기업이 있는데 저평가 되어 있다는 게 제 생각이다”며 “코스닥 하면 작전 또는 잡주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뒷받침돼야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 확대가 필요하고, 국민연금 같은 큰손들이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켐트로스의 ESG 경영을 살펴보면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포괄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국내외 환경법규 준수 및 환경방침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OHSAS 18001 인증을 획득해 화학물질 취급 시 유해성 및 위험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설비별 위험등급을 분류하고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안산 사업장의 경우 주변 환경 정화 활동에 힘쓰고 기업사회공헌 캠페인인 대한적십자사 ‘씀씀이가 바른기업’에 참여해 정기적으로 위기가정을 후원하고 있다. 또 이사회 운영규정 및 주요 내용을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자공시시스템 내 분기보고서 등에 주요의결사항 및 활동내역을 첨부해 공개하고 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업보고서 외 필요 사항(공시내용 진행 및 변경사항, 우발부채 등에 관한 사항, 제재 등과 관련된 사항 등) 등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코스닥협회장으로서 개인 투자자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전체 산업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와 기업을 제대로 공부하면 투자 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누가 좋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정보’는 피하고 경제 신문을 많이 보면서 기업 환경을 분석하는 게 정석이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주가 바닥권에 위치한 켐트로스에 장기적으로 투자해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재모 아리스(ARIS) 대표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차전지와 반도체 소재가 성장 포인트인데,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의 핵심 원천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며 “진천 3공장 증설로 관련 제품 생산 확대가 되면 이익률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서 오랜기간 기대했던 부분이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의 대형 2차전지 시장으로 진입인데, 실적 추정을 보면 아직 소형 전지 위주로 납품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020년대 들어서 저점 2640원~고점 1만9000원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됐을 정도로 매크로 및 업황 이슈로 인한 변동성이 큰데, 최근 3년간 안정적으로 주가를 형성하고 있고 지난 3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기대감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7000원까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현 주가 대비 57.84%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안산=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