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 600만원 이곳서 흔적없이 살다간다…은거 택한 청년들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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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 집 한채 600만원 이곳서 흔적없이 살다간다…은거 택한 청년들 [Book] 2020년 2월 촬영된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의 주거 지역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열심히 살면 삶이 나아진다는 믿음은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엔진이었다. 나태와 게으름은 ‘더 나은 삶’이란 보상과 연결되지 못하므로 우리는 ‘해야 한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신념을 스스로에게 주입하며 하루를 견뎠다. 묵묵히 이 길을 걸으면 내 삶이 달라지리라는 확신. 그래서 좋은 대학을 다니고 좋은 직장을 얻고 돈을 모아 집을 산 뒤 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삶이 ‘정상’ 모델로 여겨지곤 했다.그런데 만약 밤낮없이 일해도 집을 살 수 없고, 코피 쏟으며 매진해도 직장을 얻을 수 없으며, 이 때문에 ‘계층 사다리’를 오를 수 없다면 그건 희망을 가장한 사기극이 아닐까.스스로 ‘트랙’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사람들을 조명하는 신간 ‘탈주자들’이 출간됐다. 중국 이야기지만 단순한 옆나라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책이다. 스스로 은둔을 택한 사람들, ‘믿을 만한 꿈’을 삭제당한 사람들. 이유는 뭘까.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출퇴근길을 오가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은거바(隐居吧)’를 유심히 살폈다. 은둔자, 도피자 그리고 ‘탕핑족(躺平族)’이 모여 글을 남기는 곳이었다. 대개 20대, 많게는 50세인 66만명이 700만개의 게시물을 은거바에 올리며 자신들의 선택을 강변 중이었다. 참고로 탕핑족이란 ‘미래가 보이지 않은 삶에 좌절해 경제활동을 피하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활동만 하면서 지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 이를 실행하는 중국 젊은이들’을 뜻하는 용어라고 한다. 탕핑족을 풍자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만화. “나보고 일어나라고? 이번 생에는 글렀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역사적으로 대개 ‘은둔자’라 하면 셋 중 하나였다. 현실세계를 증오해 속세를 등지거나, 영적 깨달음을 추구하거나, 예술적 자유를 위해 혼자 머물 곳을 찾는 경우였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보기에 은거바에서 은밀히 활동 중인 이들은 좀 달랐다. 그들은 어떤 신념 때문이 아니라 비루한 현실 때문에 도시를 등진 사람들이었다. 드넓은 중국 땅에서 그들이 주목한 곳은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낡은 탄광도시 ‘허강’이었다. 그들은 집값이 싼 허강에 모여 세상의 여백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다.삶의 기이한 풍경을 채집하기 위해 저자는 아예 허강으로 이사를 간다. 허물어져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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