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버팀목 대출 한도 5000만원↓ 대출로 커버될 만한 아파트 수 줄어들며
신생아 특례대출도 한도 5억 → 4억
무주택 실수요자 내집마련 계획도 제동
갭투자 어려워져 실수요 기반 구입 늘듯
노원·도봉·강북구로 수요 몰릴 가능성
경기 외곽 5~6억 청약도 주목도 높아져
“대출 규제가 나오기 전 버팀목(전세) 대출을 받아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어요.”(30대 직장인 A씨)
최근 버팀목 대출을 이용해 신혼 전셋집을 마련한 A씨는 이번 정부 발표를 보고 한숨을 돌렸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버팀목 대출이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5000만원가량을 갑자기 마련해야 할 수도 있었다.
정부가 강도 높은 대출 규제안을 내놓으며 무주택자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디딤돌·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 구입 정책 대출 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해당 정책 대출들은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자금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정책 대출 한도 20% 축소
최근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정책 대출 한도를 20%가량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택 구입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2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2억원만 받을 수 있다. 신혼(4억원→3억2000만원), 생애최초(3억원→2억4000만원) 등 대상별 한도도 모두 줄었다.
일반 디딤돌 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4억8800억원 이하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다. 대출 금리는 연 2~4%로 낮은 편이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고, 5억원(신혼부부 또는 2자녀 이상 가구 6억원) 이하인 주택이다. 사실상 서울에서 대출을 이용해 매매할 수 있는 아파트는 제한적인 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25개 구 중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이 5~6억원대인 지역은 5곳에 불과하다. 도봉구(5억3853원), 노원구(6억3184원) 강북구(6억3282원), 금천구(6억4846원), 중랑구(6억5992원) 등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한도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1억원 낮아지며 가장 많이 줄었다. 전용 85㎡ 이하, 9억원 이하인 주택에 대출을 적용할 수 있다. 금리가 최저 연 1%대라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부부합산 소득 기준도 높이지 않기로 했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부부합산 연 2억원에서 올해 2억500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었다.
“경기도 청약 수요 있을 것”
일각에서는 비교적 집값이 저렴해 정책 대출 대상 주택이 많은 편인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며 주택 구입 수요가 노·도·강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책 대출로 빌릴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 가운데 대출이 적용되는 아파트 수도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도·강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이 상승해도 오름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무관한 8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거래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애초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아니기 때문에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원구 월계동 B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호재가 있었어도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가격이 크게 뛰질 않았다”며 “집주인들은 일종의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아직 호가를 올리지는 않고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분양 사태를 빚거나 청약 경쟁률이 낮았던 경기 외곽 지역의 새 아파트도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며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낼 수도 없게 됐다. 박지민 월용 청약 대표는 “서울 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받으려 했던 이들이 실수요에 기반해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경기도 외곽에 지어지는 5억~6억원 아파트 청약에 이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