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 년간 미국 사회에서 워크(woke)처럼 의미가 급변한 어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영어로 ‘깨어 있는’을 뜻하는 이 단어는 2014년 흑인 인권 운동인 ‘블랙 라이브스 매터’가 벌어졌을 때만 해도 ‘인종차별을 언제나 경계하자’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나아가 성평등, 기후변화, 소수자 인권 등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으로 확장됐다.
2020년대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워크는 도덕적 우월감에 젖은 채 깨어 있는 척하는 이들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인다. 보수 진영이 각계에 만연한 워크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면서다. 신간 <깨어 있는 척하는 기업들>은 기업과 시장에 자리잡은 워크의 위선을 파고든다. 인류애를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투자가 실제론 기만에 불과하단 주장을 풍부한 사례로 제시한다.
저자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뉴욕 금융계의 워크를 목격한 인물이다. 인도계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헤지펀드 매니저였다. 회사가 주최한 봉사 행사에서 그는 뉴욕 할렘 지역의 한 공원에서 직원들과 나무를 심게 된다. 회사 대표는 한 시간 늦게 현장에 나타나 “사진 몇 장 찍고 그만 갑시다”라는 말로 직원들에게 웃음을 남긴다. 이들은 인근 바에서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졌다. 행사의 본질이던 식수는 요식 행위에 가까웠다.
저자는 기업들의 이런 위선을 파헤친다. 그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직원들에게 “덜 백인스러워지도록” 가르치는 반 인종차별 교육을 시행한다. 그러면서 제품을 통해 흑인들 사이에서 당뇨와 비만을 일으킨다. 아마존은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흑인 지원 단체에 기부를 약속했지만 작업 여건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디즈니는 미국 조지아주가 낙태금지법을 시행하려 하자 반대 압박을 넣었으면서 티베트·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중국 공산당이 가하는 억압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저자에게 ESG 투자는 투자 선택지를 스스로 제약해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행위다. ‘주주뿐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겉으로만 민주적일 뿐 대기업 경영진이 사회적 가치를 재단하는 폐단을 낳는다고 본다. 무엇이 올바른 가치인지는 공직자와 시민사회가 결정할 일. 그런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선 골드만삭스, 블랙록 같은 거대 자본이 올바른 가치를 정하고 이에 따라 기업과 개인을 선별한다.
저자는 미국의 대학 입시에서도 워크를 찾았다. 입시생에게 봉사 활동은 대학 지원서에서 자신을 빛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다른 입시생들과 경쟁하듯 ‘자신이 선하다’는 걸 뽐내는 과정은 기업 간 경쟁에서도 재현된다. 이럴 바에 저자는 전체 고등학생의 시민 봉사 활동을 의무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혼자 튀려는 활동이 아니라 전국 단위 봉사 활동으로 공동체의 연대 의식을 고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현재 미 공화당의 핵심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유력 정치인이란 점은 독서에 무게를 더한다. 그는 2014년 바이오 기업인 로이반트 사이언스를 차렸다. 이 기업은 자금 부족으로 개발이 좌초된 신약후보물질들을 사들였다. 이 물질마다 자회사를 차려 다시 개발한 뒤 임상 성과가 나오면 자회사째로 물질을 더 비싸게 되팔았다. 이 사업모델로 나스닥 시장의 주목을 받은 그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일론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됐다가 지난 1월 사퇴하기도 했다. 올 11월 치러질 오하이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이달 초 열린 공화당 오하이오 주지사 경선에서 저자는 80%를 웃도는 득표율로 주지사 후보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젊고 영리한 차세대 리더”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 책을 ESG 경영에 반대하는 한낱 금융·기업인의 목소리로 치부할 게 아니라 기업과 시장에 대한 MAGA의 사상적 배경으로 간주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책의 추천사에서 “생각하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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