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43층의 ‘富적응자’… 가난했던 나를 벗어나지 못한다

1 week ago 14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신작 달동네서 한강뷰 집으로 계급 횡단 신분 상승 후에도 富에 이질감 느껴 ◇재이/조남주 지음/232쪽·1만8000원·문학동네 조남주 작가의 신작 ‘재이’는 서울의 달동네에서 한강뷰 아파트로 ‘계급 횡단’한 주인공을 통해 성공했지만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면을 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재이는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에서 태어나 자랐다. 하지만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남편과 함께 코인과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렸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43층에 산다. 누가 봐도 성공적인 ‘신분 상승’이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계속 높아지고 있어. 신분 상승 중이야, 우리.” 그런데 재이는 그 말을 듣고 당황한다. 수치스럽기도 하다. 2016년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던 조남주 작가가 새 장편소설 ‘재이’를 내놨다. 조 작가의 시선은 이번엔 ‘계급 이동’으로 향한다. 재이는 가난을 벗어났지만 가난했던 자신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를 자꾸 돌아본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사고방식과 행동 체계가 다르고, 가족에게 돌아가면 자신이 사용하는 어휘조차 낯설다. 한쪽에선 소외감을 느끼고, 다른 한쪽에선 죄책감을 느낀다. 계급을 횡단했지만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재이는 ‘부(富)의 부적응자’에 가깝다. 돈이 없던 시절에는 가난 때문에 불편했고, 먹고살 만해진 뒤에는 오히려 자신이 누리는 풍요가 불편하다. 특히 가난에 대해 쓰고 말하는 것이 직업이 된 뒤에는 더 복잡해진다. 이제는 “내 것도 아닌 가난과 불행을 훔쳐다 쓰는 기분”마저 든다. 소설은 재이의 시점에 밀착해 1인칭으로 전개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가 곧바로 그 생각을 의심하고, 누군가를 비난하다가도 자신의 위선을 돌아본다. 자기변명과 자책, 분노와 죄책감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재이는 입체적이다 못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는 듯하다. 독자는 그 파편들이 부딪치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어야 한다. 재이는 현재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의 집, 부모의 모습, 가난을 견디던 방식, 학교에서의 경험, 사회에 진입한 뒤 느꼈던 이질감까지 하나씩 톺아본다. 마치 상담실에 앉아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요?”라고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뿌리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하지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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