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서헌강 지음/288쪽·2만2000원·다산초당 30여 년간 국내외 문화유산을 촬영해 온 전문 사진작가의 에세이다.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물을 이어온 자신의 사진 70여 장과 유산을 촬영할 때의 마음가짐을 담았다. 저자는 조선 왕릉부터 백제역사지구와 가야역사지구, 그리고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등 한국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에 사진을 통해 일조한 인물이다. 저자는 사진이 ‘휴머니즘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휴머니즘은 반드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면 대 면에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유물을 매개로 시대를 뛰어넘어 당대 사람들의 삶과 사유를 이해하고, 그걸 가장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게 자신의 휴머니즘이란 뜻이다. 그래서 저자는 유산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유산을 보존해야 하는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살아 있는 대상으로 대한다. 경복궁과 창덕궁 같은 궁궐은 현대인에겐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으로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과거엔 실제 왕의 생활 공간이었다. 그러니 왕이 일상을 보내면서 느꼈을 감상을 이입해야 건물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고 봤다. 유산이 간직한 고유의 멋을 포착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경외감이 들 정도다. 흔히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라고 한다. 결정적인 한 장면을 포착하려면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최고의 사진은 최적의 햇빛과 습도, 강설량 등이 갖춰진 상태에서야 찍을 수 있기에, 저자는 매일같이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같은 장소를 수십 번 찾는다. 바위에 기어 올라가는 것도 평범한 일이라고 한다. 이런 노력이 담긴 대표적인 작품이 종묘 정전 사진이다. 5년의 기다림 끝에 찍은 이 사진은 좌우로 늘어선 19개의 신실에 불이 밝혀진 모습을 담았다. 어두워져 가는 하늘과 대비되면서 종묘의 신성함과 엄숙함이 배어 나온다. 문화유산이 본연의 빛을 발할 때를 포착한 사진들과 함께 담긴 이야기가 인상 깊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함께 미래 라운지 새로 나왔어요 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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