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明을 높이는 말로, 조선의 자리를 넓혔다

4 days ago 7

중국계 미국인 한국학자의 신간… 조선 ‘사대’ 외교의 능동성 조명 명나라의 권위 인정하는 동시에 자국의 위치-이익 확실히 확보 약소국이지만 무조건 복종 안해 ◇사대의 역설, 조선이 만든/왕쓰샹 지음·조일수 옮김/584쪽·3만3000원·너머북스 조선 태조 이성계 어진. 동아일보DB 몽골제국은 고려 영토 일부를 합병했다. 다루가치를 파견해 행정을 감독하고, 혼인을 통해 고려의 지배층도 통합했다. 반면 명나라는 조선을 이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조선 건국부터 임진왜란 발발까지 약 200년. 조선과 명나라 사이에 이어진 이례적인 평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중국계 미국인 한국학자 왕쓰샹(Sixiang Wang)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아시아언어학부 교수가 쓴 신간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조선과 명나라의 관계를 다시 읽는다. 오늘날 ‘사대(事大)’는 강대국에 대한 굴종이나 자주성의 결여를 뜻하는 부정적 언어로 통용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인식이 15, 16세기 동아시아의 외교를 이해하는 데에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대는 약소국이 강대국의 질서에 무조건 복종하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았다. 조선은 명나라의 권위를 인정하는 동시에 그 질서 안에서 자국의 위치와 이익을 확보하고자 했다. 저자는 사대라는 익숙한 관념에 가려져 있던 조선 외교의 기민함과 복잡성을 드러낸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외교적 수사와 의례다. 조선은 명나라를 도덕적 권위의 중심으로 인정하는 언어와 의례를 반복하면서 제국 질서 안에서 자국의 자리를 만들어 갔다. 명나라의 권위를 높이는 행위였지만, 동시에 양국 관계의 성격을 조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명 태조 주원장의 초상. 신간 ‘사대의 역설, 조선이 만든’은 명나라의 권위를 인정하는 동시에 자국의 위치와 이익을 확보했던 조선의 대명 외교를 조명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조선이 축적한 외교적 선례와 수사는 명나라가 스스로를 제국으로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에 따르면 명나라에 조선은 물질적 자원을 확보하는 대상이라기보다 제국의 질서와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의미 있는 존재였다. 약소국의 외교가 강대국의 힘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대국이 자신의 질서를 상상하고 정당화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의 외교는 다소 소극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후대의 시각으로 과...

Read Entire Article




피플앤툴즈 네트워크
🛍 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