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金에 밀리기 전, 銀이 세계의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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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욕망의 세계/틸만 벤디코프스키 지음/최은희 옮김/328쪽·2만2000원·오팬하우스 최근 금의 대체 투자처로 ‘은’이 주목받고 있다. 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하지만 은은 언제나 만년 2등이었을까? 항상 금에 밀려 ‘2인자’ 대접을 받던 은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독일 역사학자인 저자는 은을 중세와 근대를 움직인 역사적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유럽의 궁중에서 평범한 민중의 집으로 은이 유입되기까지, 수백 년에 걸친 은의 여정을 복원하며 세계 역사를 다시 설명한다. 중세 후기까지도 은은 대체로 바라보고 감탄하는 대상이었다. 은만 있으면 저택과 성, 병사와 군대까지 사실상 뭐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은을 손에 쥐어본 사람은 소수였다. 그러다 1492년 콜럼버스가 첫 아메리카 항해를 떠난 이후 은의 역사는 결정적 전환점을 맞는다. 은이 대량으로 채굴됐기 때문이다. 채굴된 은은 유럽과 아시아로 유통됐고, 은이 화폐로서 교역의 중심에 서면서 곧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은화가 잔돈 신세가 된 건 19세기였다. 공급량이 계속 많아지자 점차 힘을 잃어갔다. 경제 강국들은 오랫동안 금과 은을 나란히 통화가치의 보증 수단으로 삼는 ‘금은 복본위제’를 유지해 왔으나, 1816년 영국을 시작으로 많은 국가가 통화가치에 금을 연동했다. 그렇다면 은의 시대는 영영 끝난 걸까. 저자는 “은은 끊임없이 형태와 모습을 바꿔왔을지 모르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았다”며 “예술품이든 기술 혁신의 재료든 어떤 방식으로든 은의 역사는 계속된다”고 말한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새로 나왔어요 사설 기고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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