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게으른 빈곤 뒤에 ‘쇠약한 뇌’ 있다

6 days ago 16

◇빈곤과 뇌/스즈키 다이스케 지음·송현정 옮김/284쪽·1만9800원·사이드웨이 빈곤을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많다. 그러나 한편으론 실제 빈곤층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계획성도 책임감도 없으니까 가난해지는 게 아닐까” “왜 이미 있는 복지 제도조차 활용하지 못할까” 같은 생각을 품는 이들도 있다. 20년 넘게 일본의 빈곤 문제를 파고들어 온 르포 작가인 저자 역시 빈곤층의 행태에 이 같은 의문을 가졌었다고 한다. 다만 이런 생각이 빈곤의 원인을 게으름이나 의지 박약으로 치부하는 ‘자기책임론’에 불을 붙일 수 있기에 일부러 자세히 다루는 건 꺼렸다. 하지만 저자는 2015년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기억과 판단, 언어 등 인지 기능에 장애가 생겼다. 이후 가난을 사회 구조나 개인의 책임이란 이분법을 떠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빈곤이 뇌의 인지 기능과 정보 처리 기능이 저하된 ‘불편한 뇌’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현상이란 생각에 다다른 것이다. 뇌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서, 그동안 빈곤한 상황에 놓여 있던 취재원들이 보였던 여러 증상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 저자는 불편한 뇌를 갖고 살아가는 어려움을 생생히 진술한다. 장애 혹은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겪으면 단기 기억력이 떨어져 방금 한 대화조차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물건 하나 찾는 것도 어려워지고, 뇌가 쉽게 피로해져 집중력도 떨어진다. 닥쳐오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불안만 커지고 결국 외면을 선택한다. 그래서 도움의 손길이 와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빛 독촉장마저 무시하는 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겉으론 멀쩡해 보이기에 ‘게으른 사람’ ‘가난을 자초한 사람’으로만 여겨진다. 저자는 “빈곤(貧困)이 단지 가난(貧)할 뿐만 아니라 ‘어려움(困)’이 동반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당사자와 주변인 모두 이 어려움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사자는 증상을 받아들이고 불안을 줄이는 것,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인과 사회는 가난의 자기책임론을 경계하고 무기력, 외면 등 빈곤층이 겪는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은퇴 레시피 동아닷컴 신간 기고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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