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몸의 다름’ 배척없던 조선, 개화기 후 ‘차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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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차이 결함으로 여기지 않아 장애 있는 가족 돌보면 포상하기도 일제강점기 거치면서 인식 바뀌어 ◇한국 장애사/정창권 지음/328쪽·2만5000원·성균관대학교출판부 퇴계 이황(1501∼1570)의 둘째 부인 권씨에게는 지적장애가 있었다. 권씨는 건강 탓에 살림을 꾸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퇴계는 권씨를 타박하지 않았다. 직접 반찬거리 구입, 노비 관리 등 여러 집안일을 주관했다. 퇴계의 이런 태도엔 조선 시대 성리학의 인간관이 담겨 있었다. 성리학은 겉모습보다 내면을 중시했다. 성인군자가 되려면 외양보다는 마음과 덕을 닦아야 한다며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강조했다. 저자는 이런 인식이 있었기에 퇴계처럼 이름난 인물이 장애인과 혼인하는 일도 당시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봤다.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인 저자가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우리나라 장애사를 들여다본 교양서다. 저자는 원래 우리나라에선 몸의 다름을 결함으로 여기거나 배척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고 평가한다. 장애인에 대한 제도와 복지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은 신분에 관계없이 도성 안에서 말을 타고 다닐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었다.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이를 치하하거나 포상하는 일도 잦았다. 장애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참작하는 제도가 있었고,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관도 존재했다. 그러나 19세기를 거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저자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서구식 장애관이 유입됐고, 이로 인해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본다. 이런 흐름은 현대까지 이어졌다. ‘장애인’이란 용어 자체도 영어 ‘disability(무능력)’를 번역한 일본어 ‘장해자’ 또는 ‘장애자’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과거에는 평범하고 자립적인 사람들이 이제는 특별하고 도움받아야 하는 사람이 돼 버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서로 다른 구별과 서로 다른 세상이 펼쳐지게 됐다”고 지적한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에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지으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방식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새로 나왔어요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밑줄 긋기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dongA.com All r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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