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짠맛 나는 호수, ‘생명의 천국’이었다

5 days ago 12

◇소금호수, 우리가 사랑한 이상한 세계/캐롤라인 트레이시 지음·김민정 옮김/360쪽·2만2000원·일레븐 대학을 막 졸업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무작정 차를 몰고 미국 서부의 사막으로 향했다. 지도에는 텅 빈 갈색으로만 표시된 곳이었다. ‘이 황량한 사막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순간, 거짓말처럼 호수가 나타났다. 하얀 소금, 반짝이는 푸른 물, 미생물이 만든 붉은빛이 눈앞에 펼쳐졌다. 저자가 처음 만난 소금호수였다.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생태학과 지리학을 공부한 저자의 논픽션이다. 저자는 소금호수의 아름다움에 빠진 뒤 10여 년 동안 미 유타주의 그레이트솔트호를 비롯해 멕시코, 카자흐스탄, 아르헨티나의 소금호수를 찾아다녔다. 소금호수는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곳에서 생긴다. 물이 햇볕에 증발하면서 소금 성분이 농축된다. 겉으로는 생명체가 살기 힘든 황무지처럼 보여 ‘죽은 호수’로도 불린다. 하지만 인간의 눈에 띄지 않을 뿐, 어느 곳보다 생명이 가득하다. 미생물이나 철새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터전이다. 물 1t당 최대 3000마리의 작은 새우가 살 정도로 새우의 천국이다. 저자는 아름다운 풍경만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물길을 바꾸고 농사를 짓거나 도시를 개발하면서 호수를 망가뜨린 역사도 살핀다. 어떤 소금호수는 댐 건설과 농업 탓에 유입되는 물이 줄어 수위가 낮아졌다. 말라 버린 호수 주변에는 비소와 카드뮴이 섞인 먼지가 많아졌다. 주민들은 집에 방독면을 두고 살아야 했을 정도로 건강에 위협을 받았다. 호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바꿔 소금호수의 수위를 되찾은 이야기도 전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연을 회복한다는 말의 뜻을 다시 생각해 본다. 회복은 모든 걸 옛날 모습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다. 이미 달라진 환경에서도 생명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쓸모없는 황무지처럼 보이는 곳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찾아가는 저자의 시각이 흥미롭다. “모든 소외된 곳에서 피어나는 숨겨진 생명력에 비로소 눈을 뜨는 기록”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갯벌과 습지, 메마른 땅 역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함께 미래 라운지 오늘과 내일 동아닷컴 신간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