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에 이름도 안 넣어" 자녀 결혼에 축의금 거절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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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동호씨 결혼식 가족 친지만 조용히"
김문수 딸 결혼 , 가족과 신랑신부 친구만 참석
황교안, 법무부와 검찰에 청첩장도 안 돌려
손학규, 철통 보안 유지 … 축의금 사양
김무성, 비서에게 "개인 일정" 혼자 식장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캘커리 한 호텔에서 열린 캐나다 총독 내외 주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캘커리 한 호텔에서 열린 캐나다 총독 내외 주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혼식 풍속이 바뀌면서 정치인 자제들의 결혼식은 모두 조용히 또는 비밀리에 치러치는 추세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의 첫째 아들 동호씨 결혼식이 지난 14일 토요일 서울 소재 예식장에서 열렸다.

대통령실은 이날 "결혼식은 대통령 내외와 가족, 친지들이 참석하는 가족행사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결혼식은 화환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결혼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인증샷을 통해 결혼식 분위기가 전해졌다. 결혼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전·현직 지도부와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걸로 파악됐다.

또 이 대통령이 소년공 시절 일했던 '오리엔트 시계' 공장 동료들도 결혼식에 초청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결혼식장 밖에서 이들과 만나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면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4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 장남 결혼식에 초대된 이 대통령의 소년공 시절 동료들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정청래 의원 SNS)

지난 14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 장남 결혼식에 초대된 이 대통령의 소년공 시절 동료들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정청래 의원 SNS)

친명(친이재명)계 중진이자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 정성호 의원은 "너무나 험난한 정치여정에서 가족들까지 겪어야 했던 고통에 가장으로서의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울컥했다"고 적었다. 박홍근 의원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그 곁의 예비 며느리까지 가족 모두가 수년 동안 모진 고통을 이겨내 왔기에, 매우 각별하면서 애틋함이 묻어나는 자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앞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11년 5월 외동딸 동주씨의 결혼식을 경기도 모 예식장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이날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신랑신부 친구들만 참석했다.

외부인사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유일하게 참석했지만, 이 역시도 김 전 장관 측에서 알린 것이 아니라 정 이사장이 먼저 이를 알고 결혼식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월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아내 설난영 여사의 손을 잡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월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아내 설난영 여사의 손을 잡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딸 성희 씨 결혼식은 2015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결혼식장에서 열렸다.

신랑은 수원지검 안산지청 소속 검사였으나 황 전 총리는 조용하게 결혼식을 치르겠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 은행원인 성희씨 역시 결혼 소식을 사내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결혼식장의 축의금 테이블도 치웠고, 식장 입구에 세워진 안내 푯말에도 혼주 이름조차 적지 않았다. 방명록도 없었다.

식권은 가족과 친지 등에게만 미리 나눠줬고 따로 여분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당시 헌법재판관이 식장을 찾았지만, 황 전 총리가 혼주 인사를 생략하면서 만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는 하객들에게 "미안해요.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요"라며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또한 같은 해 자신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친지들만 초청한 가운데, 맏딸 사라 씨의 결혼식을 조용히 치렀다. 청첩장에도 '황우여'라는 이름을 찍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이 다 끝날 때까지 보좌진도 전혀 몰랐던 이번 결혼식에는 축의금과 화환도 일체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006년, 장남의 결혼식도 친지들만 불러 조용히 치렀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차녀 원평씨의 결혼식을 가족과 친지들 5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렀다.

당시 재보선에서 크게 승리해 자신의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면서 차녀의 결혼식에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보고 이같이 비밀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축의금은 물론, 축하 화환도 일절 받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사진 =뉴스1

사진 =뉴스1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부처 공무원 등 관계자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맏딸을 시집보냈다. 심지어 진 장관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장관도 나중에 소식을 전해듣고 "어떻게 나한테까지 숨길 수 있었느냐"며 서운해 했다는 후문이다.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맏딸 현진씨의 결혼식을 극비로 치러 추후 화제가 됐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양가 가족과 친지 각 50여명씩만 참석했다.

그는 수행비서에게조차 "개인 일정"이라고 밝힌 뒤 혼자 식장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 고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회 지도층으로서 솔선수범하고, 자기 절제를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크게 칭찬했다.

이같은 정치인들의 조용하고 조촐한 결혼식에 대한 정치권의 평은 긍정적이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에게 장학금을 준 것으로 화제가 된 김장하 선생은 아들·딸 결혼식을 올리면서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수많은 사람이 하객으로 참석했는데, 축의금을 받는 창구가 없었다. 음식을 대접했지만 일부 불쾌하게 여기는 이도 있었다. 본인은 모든 지인의 경조사에 다 참석해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전달하고도 받지 않으니 '돈 있다고 유세하는 기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반면 주요인사들이 총출동해 성대하게 치러진 결혼식도 있다.

사진 = 뉴스1

사진 = 뉴스1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2018년 6월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큰 딸 결혼식을 치렀다.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 주요 관계자 40여 명이 총출동해 당·정·청(黨·政·靑) 회의를 방불케 했다는 말이 나왔다.
추 의원 딸의 결혼 소식은 '모바일 청첩장'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급속히 알려졌다. 이날 400명 넘는 하객이 몰려 축의금 접수창구 앞엔 긴 줄이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졌다.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집권 여당의 대표가 청첩장을 내고 결혼식을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우리 지도층이 생각해볼 만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총리 후보자였던 2020년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자녀들의 결혼식에서 축의금만 총 3억원 가량을 받은 것이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장남 결혼식 장소, 부담한 소요비용, 축의금 수령액 및 지출내역을 밝혀달라'는 주호영 의원의 질의에 "장남 결혼식 장소는 의원동산 사랑재이고 축의금 수령액은 약 1억 5000여만원이다"라며 "축의금 지출은 결혼식 준비 비용 및 하객 식대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장녀 결혼식에도 비슷한 규모의 축의금이 들어왔다고 답했다. 두 자녀를 합치면 축의금으로 총 3억원 정도가 걷힌 것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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