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지난 14일 핀크스 골프클럽의 18번홀(파4)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김우현은 그린 앞 실개천에 있는 작은 섬을 향해 공을 쳤고, 양지호, 조민규, 전성현 등은 그 섬으로 가서 공을 내려놓고 어프로치 샷으로 홀을 공략했다. 선수들이 이 섬을 지나치지 않은 건 최경주가 2024년 SK텔레콤 오픈에서 화제였던 ‘완도샷’을 쳤던 곳이기 때문이다. 각자 나름대로 우승 기운을 받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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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오른쪽)가 캐디 엔젤 몽고지와 1차 연장에서 공이 떨어졌던 ‘최경주 아일랜드’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 18번홀 그린 앞에 ‘최경주 아일랜드’로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1년 전 연장 승부에서 최경주의 우승을 이끈 ‘완도샷’ 이후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는 우승의 기운을 전하는 성지(聖地)가 됐다.
최경주는 2024년 SK텔레콤 오픈 마지막 날 박상현과 치른 1차 연장 두 번째 샷에서 실수를 했다. 정확하게 맞지 않은 공은 그린 앞 실개천으로 향했다. 물에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공이 실개천 안에 있는 작은 섬에 올라가 있었다.
행운 덕에 벌타 없이 세 번째 샷을 했고, 파를 기록해 2차 연장으로 승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2차 연장에서 다시 파를 기록한 최경주는 보기를 적어낸 박상현을 제치고 우승했다. 그 뒤 이 섬은 ‘최경주 아일랜드’로 불렸고, 최경주의 고향인 전남 완도를 따서 ‘완도샷’으로 불렸다.
SK텔레콤 오픈 연습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성지순례하듯 이 곳으로 향했다. 재미 삼아 최경주의 완도샷을 따라하기도 했지만, 우승에 목 마른 선수들은 최경주의 기운을 받아 우승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체험했다.
김우현은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 샷으로 최경주 아일랜드를 노렸다. 거의 성공할 뻔해서 지켜보는 이들이 깜짝 놀랐다. 공이 최경주 아일랜드에 상륙했다가 튀어 올라 물에 빠졌다. 같은 조의 양지호가 친 공은 최경주 아일랜드 옆의 더 작은 곳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물에 빠졌다가 뒤로 튀어 최경주 아일랜드 근처에 멈췄다. 평소라면 공을 페어웨이 쪽으로 꺼내놓고 치겠지만, 양지호는 웨지를 들고 공을 쳐 내는 ‘묘기’를 부렸다.
양지호는 “생각했던 것보다 칠 만 했다”며 “마지막 날에 완도샷을 하게 된다면 최경주 선배처럼 꼭 파를 하겠다”고 말혔다.
완도샷을 체험한 선수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조민규는 “잔디가 별로 없어서 치기 어려웠다”고 했고, 조우영은 “라이가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쉽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반면 전성현은 “다른 어프로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완도샷’에 패배의 쓴맛을 봤던 박상현은 1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그날만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다”며 “연습하면서 슬쩍 현장을 보기도 했고, 가서 쳐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지나쳤다”고 언급했다.
최경주에게는 추억의 장소다. 그는 “어떻게 공이 멈췄는지 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스윙할 수 없을 만큼 좁은 공간이었고, 일부러 치려고 해도 어려울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최경주 아일랜드’는 핀크스 골프클럽의 명소가 됐다. 섬 앞에는 ‘최경주 아일랜드’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골프장 측은 최경주 아일랜드에 떨어진 공을 쳐서 파를 기록하면 그린피 4인 무료 쿠폰과 전남 완도의 해양치유센터 이용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갖고 있다. 1년 동안 딱 1명만 성공했다.
핀크스 골프클럽 관계자는 “지난해 대회가 끝난 뒤에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완도샷’을 체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안전상의 이유로 체험 이벤트를 계속 진행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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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핀크스 골프클럽 18번홀 그린 앞에 있는 작은 섬에는 ‘최경주 아일랜드’로 불리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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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호가 14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 18번홀 그린 앞에 있는 ‘최경주 아일랜드’에 올라 ‘완도샷’을 해보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