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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3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해안절벽에 위치한 해동용궁사에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찰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부산시가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 관광객 106만 1284명을 유치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단기간 내 100만명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전년 동기 85만명 대비 24.7% 증가한 수치로, 부산시가 외국인 관광객 수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빠른 달성 기록이다. 종전 최고치였던 2016년 대비 1개월 앞당겨진 성과다.
국가별 방문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만이 19만 2214명(전체 대비 18.1%)으로 최대 방문국으로 부상했다. 이어 중국 15만 7953명(14.9%), 일본 13만 4917명(12.7%), 미국 7만 3344명(6.9%)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2년까지 일본이 전통적인 부산 외국인 관광객 1위 국가였던 점을 고려할 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만의 1위를 차지한 현상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해석된다. 업계는 변화 요인으로 부산-대만 직항 노선 증편을 꼽고 있다. 한국-대만 주간 좌석 수는 작년 3월 1만 620석에서 올해 3월엔 1만 5660석으로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 향상에 따른 대만 관광객 증가로 대만 현지 소셜미디어(SNS)에 부산 여행 관련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추가 관광 수요를 견인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방문 패턴 변화 양상 뚜렷
입국 경로별 분석을 봤을 때 공항을 통한 입국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차, 차량을 통한 ‘타지 경유’자가 46만명, ‘공항 입국’자가 42만명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과거 인천공항으로 한국에 입국해 서울 여행 후 부산을 방문하던 여행 루트가 부산 직접 입국으로 전환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손영호 부산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팀장은 “글로벌 개별자유여행(FIT) 트렌드 확산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역 거점도시 중심 관광이 증가하고 있다”며 “마치 우리나라에서 일본 소도시 여행이 유행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부산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즈 관광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올해 1~4월 부산 기항 크루즈는 68항차로 전년 동기 40항차 대비 70% 급증했다. 항구를 통한 입국 관광객도 13만명에서 16만명으로 28% 증가하며 해상 관광 인프라의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부산의 크루즈 기항지로서의 매력도 증가와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크루즈 관광상륙허가 무비자 입국 범위를 기존 ‘중국 여행사’에서 ‘중국 선사’가 모집하는 단체 관광객으로 확대해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급물살을 탔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크루즈 여행객 체류 시간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은 여전히 숙제다. 부산항 입국심사 지연 문제와 오후 11시까지 승객 재승선 의무로 관광객 실질 체류시간이 4~6시간에 불과하다. 관광산업 전문가들은 “크루즈 관광객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으로 김해 공항 한계 극복해야
김해 공항의 구조적 한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아시아권(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직항 노선에 한정된 상황에서 구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 부재가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심 공항 특성상 소음 문제로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만 운영하는 ‘커퓨 타임’(이착륙 허가 시간)이 노선 확대의 근본적 장벽이 되고 있다. 부산시는 섬 위에 지어져 커퓨 타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통해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산, 공사 기간 등 문제로 정확한 개항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다. 부산시는 지난 9일 ‘가덕도신공항 적기 개항’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명시해야한다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시 자체 사전타당성 연구에 따르면, 신공항 개항 시 2035년 약 149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라며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손영호 부산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팀은 “작년부터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 발간을 통한 미식 관광 브랜딩, 부산국제영화제·부산불꽃축제 등 대형 이벤트를 통해 부산을 찾을 이유를 늘린 것이 부산 방문의 유인이 됐다”며 “여기에 비짓부산 패스, 부산 지하철 위챗페이(중국 디지털 결제 시스템) 결제 허용 등 인프라 보완으로 부산이 ‘여행하기 편한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