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합성섬유 등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에 비해 에틸렌의 가격이 오르면서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전히 적자 구간이지만 “적어도 바닥은 찍은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적자는 줄일 수 있을 듯
2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차이를 뜻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의 월평균 가격은 MT당 200.9달러였다. 올들어 처음으로 200달러를 넘겼다. 이달 들어서도 1~22일 평균 MT 202.8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에틸렌은 일상생활에서 흔히쓰는 각종 플라스틱, 섬유, 비닐 등의 기초 원료가 되는 필수 재료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정제해 에틸렌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나프타(원재료)와 에틸렌(제품)의 가격차이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가 최소 250달러 이상이 되어야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전히 적자지만 200달러 아래를 횡보했던 올해 1~6월달보다는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올해 1월 158.2달러로 출발해 6월에도 174.15달러였다.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가 지난 6월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30달러 회복한 것이다.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된 중국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률 하락, 한국 공장의 자체 감산 등의 영향으로 에틸렌 가격이 반등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에틸렌 가격은 지난 5월 MT당 74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767.5(6월), 783.8(7월), 781.3(8월) 등으로 반등추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적자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국내 9개 석유화학 기업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98.6%였다. 제품 제조 비용만 따져도 판매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유통비,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를 더하니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올해 3분기부터는 매출원가율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여전히 채산성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보다는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韓中 구조조정이 변수
향후 석화 기초제품의 가격 추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과 한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가동률을 높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점진적인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반면, 경기침체·전방 수요 부진으로 에틸렌 스프레드가 지금과 큰 차이 없이 적자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마진이 더 악화추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닥은 찍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추진중인 구조조정의 성패가 에틸렌 가격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협상을 통해 최대 25%의 에틸렌 설비를 감축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될 조짐이 보인다면 에틸렌 가격은 흑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중국 역시 과잉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에틸렌 공급량은 한국 시장 생산량만큼 중요한 변수인만큼 업계는 유심히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플라스틱, 비닐, 섬유 제조사 등도 국내 석유화학 시장 및 에틸렌 가격을 살피고 있다. 국내 합성섬유 제조기업 관계자는 “에틸렌 가격이 보통 다운스트림 제품 단가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어 가격 추이를 세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