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안전공업 화재 실종 14명 모두 숨져…피해 왜 컸나
설계도면에 없는 복층 공간
층고 5.5m, 2개층으로 쪼개써
창문 한쪽에만…탈출 어려워
엔진부품 만들때 쓰는 나트륨
물에 닿으면 폭발 위험 커
스트링클러 설치 제외 '허점'
대전시청 분향소 눈물바다
"농사돕던 착한 아들이었는데"
74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는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도면에는 없었던 공간에서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불법 증축'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화재가 발생한 안전공업은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체다. 이번 화재로 사망 14명, 부상 6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21일 실종자 14명에 대한 수색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화재 원인에 대한 규명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일 오후 10시 50분부터 수색 작업에 나선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1시 30분께 2층 휴게실 입구에서 40대 남성 시신 1구를 처음 발견했다. 실종자 13명의 시신은 21일 모두 수습됐다. 이날 오전 3시30분께 건물 안 탈의실에서 시신 9구를 한꺼번에 발견했고, 이날 낮 12시 40분께 동관 1층 화장실 부근에서 실종자 1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 이어 오후 5시 11분께 동관 2층에서 나머지 3구를 발견하면서 실종자 14명에 대한 신원이 확인됐다.
명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법 구조물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망자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곳은 건물 도면에도 없는 임의 구조의 '2층 복층 공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건물은 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층고가 5.5m로 높게 설계됐다. 이 과정에서 지상과 3층을 잇는 경사로 사이에 남는 공간이 생겼고 이를 막아 복층 형태의 임시 공간을 만들어 탈의실 겸 휴게 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간은 당초 헬스장으로 알려졌으나 평소 직원들이 이곳에서 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했던 장소로 파악됐다. 한 직원은 "탈의실 안에는 20~30명이 들어가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며 "내부 공간이 넓어 아령 등 운동기구도 비치됐지만, 헬스장이라기보다는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고 쪽잠을 자는 용도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박경하 대전 대덕구 주택경관과장은 "이 공간은 도면상 없는 부분으로 창 부분에 별도로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며 "허가받지 않은 것은 맞지만 (불법 증축 여부는) 직접 들어가 본 게 아니라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원래 1개 층이던 공간을 2개 층으로 쪼개서 쓰다 보니 창문도 한편에만 있어 탈출구를 찾기 어렵고 연기도 잘 빠져나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전면 유리창이 막혀 있어 빠져나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해보지만, 인명 피해가 컸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창문을 열면 연기가 더 잘 빠졌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지장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소방시설이나 대피로를 확인하고 허가를 내준다"며 "임의로 바꿀 경우 대피로도 없고, 도면을 보고 진입하는 소방대원 입장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자칫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화재가 급속하게 번진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남 서장은 "공장 내부에 절삭유로 인한 기름때가 많았고, 배관에도 슬러지(먼지)가 많아 이를 통해 급격하게 불이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2일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증기와 기름찌꺼기 등이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노조가 반복적으로 제기한 안전 경고를 묵살해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가연성 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대형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맞춤형 진화 설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공장이 나트륨을 취급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폭발 위험이 있는 나트륨을 보관하는 시설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공장에서 취급하는 위험물에 맞는 특수 소화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이번 사고처럼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22일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온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위패 앞에 선 유족들은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주저앉거나 부축을 받아 자리를 떠났고, 일부는 위패를 끌어안은 채 한동안 흐느꼈다.
이번 사고로 아들을 잃은 최 모씨는 "(아들이) 연기가 꽉 차고 너무 어두컴컴해서 못 나가겠다고 며느리에게 전화했다"며 울먹였다. 이어 "며느리가 창문으로 뛰어내리라고 했더니 창문이 없어서 못 나가겠다고 다급히 말한 뒤 전화가 끊어졌다"고 했다. 최씨는 "농사 일도 돕고 말동무도 돼주곤 하던 착한 아들이었다"며 "사고 전날에도 온종일 파종을 돕고 저녁에 반주도 함께했는데, 그 술이 아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잔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비통해했다.
매형을 잃은 손 모씨는 "누나와 조카 두 명을 챙기고 있다. 아직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매형이 15년 전쯤 누나와 결혼했고 평소에도 대전에 살면서 자주 왕래했다"며 "지난 설 연휴에도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참 든든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와 임직원 30여 명도 분향소를 찾아 사죄의 뜻을 밝혔다. 위패에 적힌 직원들 이름을 한참 바라보던 손 대표는 이내 흐느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21일 손 대표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피해를 본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끔 필요한 지원과 피해 복구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이상헌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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