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률 높은 식도암, 조기 발견·치료가 관건!”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3 days ago 7

[인터뷰] 최혁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식도암 5년 생존율 42%… 위암, 대장암보다 크게 낮아”
“가족력보다 흡연, 음주, 자극적 음식, 비만 등이 큰 원인”
“고난도 시술 완성도 높인 로봇내시경시스템 공동개발”

최혁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최혁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어느 날 음식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있다면 즉시 병의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편도선염이나 심한 역류성식도염이라면 처방을 받아 약을 먹으면 되지만 식도암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통증을 느낄 정도의 식도암의 경우 전이 등 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식도암은 전체 암 중 발생 비율은 낮지만 치명률이 높은 암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국내 식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2%(2018~ 2022년 보건복지부 통계) 정도로, 같은 소화기계 암인 위암(78.4%)과 대장암(74.6%)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이는 식도암이 다른 소화기 암보다 조기 발견되는 사례가 적은 데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식도암의 원인과 최적의 예방법은 무엇이고 5년 생존율을 높일 효율적 치료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소화기내과 명의이자 고난도 내시경시술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인 로봇내시경시스템을 엔도로보틱스사(社)와 공동 개발한 최혁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식도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지만 늦게 발견되면 치료가 어렵다. 특히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초기에는 정기적인 내시경검사가 중요하다. 평소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작은 증상도 무시하지 않고 전문의를 찾는 습관이 예방과 생존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식도염, 암 변이 가능성↑

식도암은 어떤 질환인가?

“식도는 길이가 25~30cm 정도 되는 근육성 관으로, 입과 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식도암은 이곳에 생기는 모든 악성종양을 가리킨다. 식도의 내부는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의 식도암은 이 중 가장 안쪽 음식물과 맞닿는 점막층에서 시작된다.”

대표적인 식도암과 그 원인은?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이 대표적인데, 식도암은 다른 암들과 달리 가족력보다는 생활 습관과 관련성이 크다. 편평상피세포암은 주로 식도 중간과 상부 사이에서 발생하며 흡연, 음주, 뜨겁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 고염식의 짠 음식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알코올과 담배는 식도암의 대표적 원인이다. 이런 요인들은 식도 점막에 자극을 줘 암 발생을 촉진한다. 선암은 식도 하부, 위와 식도의 접합부에 주로 발생하며, 위산 역류 등 위산의 잦은 노출(바렛식도)에서 유래한다. 편평상피세포암은 한국에서 흔하고, 선암은 서구에서 더 흔하다.”

짜거나 매운 음식, 탄 음식이 왜 해로운가?

“짠 음식은 점막의 방어막을 약화하고 매운 음식은 염증을 유발해 식도 점막 손상을 증가시킨다. 이런 자극적 식습관으로 점막 손상이 반복되면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도는 위장 등 다른 소화기 장기와 달리 점막이 매우 얇아 발암물질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불에 탄 음식에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이 점막 세포에 손상을 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역류성식도염 등 식도 염증의 암 변이 가능성은?

“반복적 염증은 점막 세포의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일으켜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 중 위산 역류로 식도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만성역류성식도염) 식도 하부 편평상피세포가 위장관 특유의 원주상피 세포로 바뀌는 바렛식도로 진행되는데, 이는 식도 선암의 전 단계다. 바렛식도 자체가 암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식도염보다 훨씬 더 높은 암 발생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내시경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식도암의 병기 구분 기준은?

“기본적으로 암의 깊이,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에 따라 나뉜다. 1기는 림프절 전이 없는 점막 및 점막하층에 국한되고, 2~3기는 근육층 침범 및 림프절 전이, 4기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이다.”

식도암의 대표 증상은?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으며, 진행되면 음식을 삼키기 곤란한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이후 체중 감소, 흉통, 쉰 목소리, 기침 등이 생길 수 있다. 편평상피세포암은 상부 식도 발생이 많아 삼킴 곤란 증상이 일찍 나타날 수 있다.”

식도암이 전이 잘되는 이유

다른 암보다 전이가 잘되는 이유는?

“식도는 림프관과 혈관이 풍부하게 분포해 있으며 벽의 구조가 얇고 장막이 없어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쉽게 침범한다. 특히 식도는 해부학적으로도 흉부 내의 주요 장기들과 인접해 있어 국소 침윤도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식도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다른 암보다 더 강조되고 5년 생존율이 다른 소화기 암보다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도암의 주요 진단법은?

“가장 중요한 진단법은 내시경검사다. 보통 건강검진 시 위 내시경검사를 하면서 식도도 함께 관찰한다. 식도 내시경검사를 통해 병변이 확인되면 조직을 떼어내 조직검사를 진행한다. 이후에 암이 확인되면 병기 평가를 위해 CT, MRI, 초음파내시경, PET-CT 검사 등을 병행한다.”

조기 식도암의 치료법은?

“식도암의 치료는 암의 진행 정도, 즉 병기에 따라 달라지며 환자의 건강 상태와 동반 질환 여부도 치료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기 식도암의 경우, 암이 식도의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의 얕은 부위에만 국한돼 있다면 내시경 절제술, 즉 내시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피부 절개 없이 내시경을 통해 병변만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방식으로, 림프절 전이의 위험이 낮은 경우에 시행한다. 회복이 빠르고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진행성 식도암의 치료는?

“암이 점막을 넘어 근육층 혹은 식도 바깥으로 퍼졌거나, 림프절 또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식도암이라면 식도를 절개하는 식도절제술이 주요 치료법이다. 이때는 수술 전후로 항암치료(화학요법)나 방사선치료를 병행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절개수술 전에 화학방사선 치료를 통해 종양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

최근의 치료법은?

“특정 식도암의 경우 면역항암치료나 표적치료제 치료도 시도된다. 예를 들어 HER2 양성 선암에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고, 일부 적응증에서는 PD-1 억제제를 활용한 면역치료를 도입하고 있다.”

“금연과 절주가 기본 예방 수칙”


식도암 발생 위치별로 치료법이 달라지나?

“그렇다. 식도는 해부학적으로 경부(상부), 흉부(중부), 복부(하부) 세 부분으로 나뉘며 종양의 위치에 따라 수술 방법과 접근 경로도 달라진다. 식도 상부에 발생한 암은 경부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고, 중·하부 식도암은 일반적으로 개흉(開胸) 및 복강경 또는 개복(開腹)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상부 식도암은 후두, 인두와 가까워 발성 및 연하(음식물을 삼키는 동작) 기능 보존을 위한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로봇내시경시스템을 개발했다는데?

“의료 로봇 스타트업인 엔도로보틱스사(社)와 함께 개발한 로봇내시경시스템으로 식도암 및 상부 위장관 병변 치료에 임상 적용해 국내외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내시경 시술자의 피로를 줄이고 정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해 고난도 내시경시술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높인다. 해당 기술은 현재 다기관 임상연구와 함께 글로벌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내시경 치료나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는?

“암이 이미 다른 장기나 림프절로 광범위하게 전이돼 수술 또는 내시경 치료의 실익이 낮은 경우다. 그때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또는 완화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심장, 폐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절제 수술을 위한 전신마취 또는 내시경시술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 포기하기도 한다.”

식도암 예방의 최선책은?

“우선 금연과 절주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 수칙이다. 뜨거운 음식, 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와 적절한 체중 관리,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비만도 식도암과 관련이 있으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내시경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어느 예방 수칙보다 중요하다.”

건강 기상청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 이원주의 하늘속談

    이원주의 하늘속談

  • 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최영철 기획위원 ftdo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