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파고든 AI 채팅앱
원하는 캐릭터 만들어 대화
선정적·폭력적 설정도 가능
사용자 맞춤 답변에 익숙해져
청소년 시기 또래관계서 겪는
'적절한 좌절' 경험할 기회잃어
전문가 "연령별 규제 시급"
중학생 A양(14)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채팅 '제타'를 접한 뒤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제타 속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3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제타를 '도파민 덩어리'라고 부르며 각자 캐릭터와 나눈 대화를 일상으로 꺼내오기도 한다. A양은 "쉬는 시간이나 하굣길에 틈만 나면 캐릭터와 대화하다 보니 이제 친구보다 AI와 대화를 하는 게 더 편하다"며 "주위에는 채팅을 하지 못하면 불안 증세를 보이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타, 크랙 등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AI 채팅앱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AI 채팅앱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설정의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서비스에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설정이 청소년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초록우산이 발간한 '내 친구와의 위험한 대화' 생성형 AI 챗봇 안전설계를 위한 이슈 브리프에 따르면 올해 3월 9~23일 전국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4%가 생성형 AI 챗봇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35%는 AI 챗봇을 실제 사람처럼 느꼈고, 약 50%는 AI 챗봇이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이 서울·경기·인천 지역 10대 11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과의존 자가진단 테스트' 결과에서도 '고민이 있을 때 사람보다 AI가 먼저 떠오른다'와 '사람과의 대화를 AI로 대체한다'는 응답이 작년 하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각각 7.3%포인트, 6.9%포인트 증가했다.
AI 채팅 서비스는 가상의 캐릭터를 직접 만들고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면 캐릭터는 그에 걸맞은 설정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그러나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상태에서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서비스에서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 때문에 유산',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수리공' 등 범죄에 준한 설정도 있었다.
제타와 크랙은 만 14세 이상을 가입 대상으로 규정하고, 성인인증을 완료한 이용자에게만 공개되는 '언리밋 모드'와 '언세이프티'라는 성인용 콘텐츠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타의 경우 만 14세 이하 이용자도 보호자 인증을 거친 후 생년월일 설정을 임의로 변경해 가입할 수 있었다. 성인용 모드는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A양은 "부모님 계정을 몰래 이용해 언리밋 모드로 대화하는 친구들도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AI 채팅앱에 빠져들면서 스스로 원하는 상대를 만들어 대화하는 방식에만 익숙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이주현 아이나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청소년 발달에 필요한 건 적절한 수준의 좌절"이라며 "사용자의 기분을 따라가고, 비난하지 않고, 24시간 접근이 가능한 AI와의 대화는 그런 적절한 마찰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관계형 AI 또한 게임과 영상처럼 나이 기준을 두고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국제적으로도 AI로 만든 친구는 적어도 18세 미만에게는 부적절하다는 권고가 있다"며 "미성년자에게는 장시간 사용 경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지금 대화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AI'라는 주기적인 고지를 하는 등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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