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특별한 선택 아닌 일상으로…종이팩으로 패키징 구조 바꾼 ‘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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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나 핸드워시처럼 매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일수록, 편리하고 합리적인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해야 소비자가 선택합니다. 친환경 제품은 비싸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출처=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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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도 노트랙 공동대표의 말이다. 친환경 소비가 일종의 ‘의식 있는 선택’으로 머물던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 패키징 스타트업 노트랙은 이를 생활 구조 자체의 문제로 접근했다. 샴푸와 핸드워시, 바디워시처럼 반복 구매와 사용이 이뤄지는 생활용품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계속 소비하면서, 과연 지속 가능한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느냐는 접근이다.

노트랙은 이 문제를 종이팩 기반 패키징 솔루션으로 풀고자 한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용기와 내용물을 분리한 ‘루프팩(Loop-Pak)’ 구조를 적용, 생활용품 패키징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보틀 대신 재활용 가능한 종이팩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디스펜서와 펌프는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루프팩 구조를 적용한 디스펜서 / 출처=노트랙

루프팩 구조를 적용한 디스펜서 / 출처=노트랙

“우유팩을 친환경 생활용품 패키지로 응용”…가업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노트랙은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함께 만든 기업이다. 각자가 지닌 브랜딩과 제조 경험, 글로벌 SCM·물류 전략 경험, 콘텐츠 및 브랜드 경험 설계 역량을 결합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창업의 출발점은 ‘우유팩’이었다.

황규도 공동대표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의 가업이 우유팩 충진 설비 사업과 연결돼 있었다. 덕분에 종이팩 구조와 생산 시스템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식품용 종이팩 기술을 생활용품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의 제지 분야 대기업과 협력하며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황규도 노트랙 공동대표 / 출처=노트랙

황규도 노트랙 공동대표 / 출처=노트랙

하지만 생활용품 시장에 종이팩을 적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기존 생활용품 산업은 플라스틱 용기를 중심으로 생산 설비와 물류 체계, 부자재 공급망이 고착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팩의 경우, 음료 포장에는 익숙한 형태였지만, 점도가 있는 샴푸나 핸드워시를 안정적으로 담고 장기간 보관하는 용도로는 검증 사례가 많지 않았다.

기존 친환경 리필 제품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도 존재했다. 내용물을 직접 붓는 과정이 번거롭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황규도 공동대표는 “실제로 노트랙 역시 초기 개발 단계에서 방수와 내구성, 펌프 결합 구조, 누수 문제 등을 반복적으로 검증해야 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용기는 복합 소재로 구성돼 실질적인 재활용이 어려웠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용물만 교체하는 카트리지형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친환경도 결국 사용성”…루프팩 구조로 반복 소비 재설계

노트랙 제품의 핵심은 ‘루프팩’이다. 우유팩과 유사한 종이팩을 알루미늄층이 없는 구조로 설계해 일반 우유팩과 동일한 방식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잔여물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와 원터치 교체 방식도 특징이다.

황규도 공동대표는 “친환경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노트랙은 환경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실생활에서 얼마나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루프팩 구조를 적용한 디스펜서 / 출처=노트랙

루프팩 구조를 적용한 디스펜서 / 출처=노트랙

노트랙은 루프팩 구조를 적용한 제품 생산을 위해 기존 우유팩 충진 설비를 생활용품 생산용으로 새롭게 고도화했다. 유한킴벌리의 OEM 업체 중 하나인 UCL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종이팩 구조에 맞는 전용 디스펜서와 펌프도 자체 설계했다. 단순히 종이 소재만 바꾼 것이 아니라, 생산 방식과 사용 구조 자체를 함께 재설계한 셈이다.

이에 더해 가격 경쟁력도 차별점으로 꼽았다.

황규도 공동대표는 “친환경 패키지는 일반적으로 원가 부담이 높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노트랙은 오히려 물류와 반복 구매 구조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만들었다”며 “250mL 기준 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은 기존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약 1200개 수준인 반면, 노트랙 종이팩은 약 2900개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트랙이 강조하는 물류 효율성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도 맞물린다. 중동 정세 불안과 나프타 가격 변동성 확대로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생활용품 업계에서도 플라스틱 중심 패키징 구조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랙은 종이팩 기반 구조를 통해 친환경성과 함께 공급 안정성과 물류 효율까지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병원·호텔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

실제 시장 검증도 이어지고 있다. 노트랙은 현재 두 가지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하나는 브랜드사에 패키징 솔루션 자체를 공급하는 B2B 모델, 다른 하나는 호텔·병원 중심의 완제품 어메니티 사업이다.

출처=노트랙

출처=노트랙

현재 자연드림파크 호텔로움은 객실 어메니티로 노트랙 제품을 시범 도입해 제공 중이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은 기념 굿즈와 VIP 병동용 제품으로, 화장품 브랜드 에꼬제는 노트랙 루프팩 구조를 적용한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이러한 사업 확장 흐름 속에서 투자 유치와 글로벌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노트랙은 2023년 유한킴벌리 그린임팩트 펀드 투자 유치 이후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 선정됐다. 2025년에는 아마존 액셀러레이터 ‘뷰티 브랜드 TOP20’에도 이름을 올렸다.

황규도 공동대표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일본 니혼제지와 현지 브랜드 공급을 위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며, 유한킴벌리와는 현재 크리넥스 브랜드 핸드워시 패키징을 두고 협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 텍사스에 100개 이상 리테일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유통 기업과의 계약도 마무리 단계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 현지 오프라인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며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규제와 재활용 기준이 강화되고 있고, 글로벌 브랜드 역시 단순 친환경 마케팅을 넘어 실제 패키징 구조 전환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이같은 추세에 대응해 단순히 종이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가 아니라, 반복 소비 제품의 패키징 구조 자체를 바꾸는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황규도 노트랙 공동대표 / 출처=노트랙

황규도 노트랙 공동대표 / 출처=노트랙

그는 이어 “노트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매일 자연스럽게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친환경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더 나은 소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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