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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서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미국 자동차 수출 감소 폭이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대미국 수출 부진 여파에 전체 자동차 수출 실적도 타격을 받았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5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대미국 자동차 수출액은 25억 1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 감소했다. 지난 4월(-19.6%)에 이어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부과한 25% 관세 여파가 컸다.
대미국 수출 물량이 줄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 실적도 감소세다. 5월 전체 자동차 수출은 액수로는 전년대비 4.4% 감소한 62억달러, 대수로는 3.1% 줄어든 24만 7577대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8억 3700만달러))과 아시아(6억 8300만달러), 중남미(3억 800만달러)로 수출이 각각 28.9%, 45.1%, 42.3% 늘며 선전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30억 7900만달러·-22.3%) 수출 감소분을 메우긴 역부족이다.
생산량 역시 감소했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생산은 35만 8969대로 전년대비 3.7% 줄었다. 내수 판매(14만 1865대)는 0.4% 소폭 늘었으나, 국산차(11만 2200대)는 2.5% 줄었고, 수입차(2만 9665대)가 13.1% 증가했다.
르노코리아는 5대 완성차 중 유일하게 수출과 내수, 생산이 모두 늘었다. 1년 전보다 18.4% 늘어난 5658대를 수출했고, 내수 판매(4202대)는 121.0% 증가했다. 생산량(8198대)도 12.6% 늘었다. 반면 현대차, 기아는 수출·내수·생산 모두 감소했다.
지난달 최대 수출 모델은 GM 쉐보레 트랙스(3만 2232대), 현대 코나(2만 420대), 현대 아반떼(1만 6472대) 순으로 집계됐다. 내수시장에선 기아 쏘렌토(7734대), 현대 펠리세이드(7682대), 기아 카니발(6651대) 등이 많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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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부 |
다만 미국의 관세 조치 영향이 더 악화하리라는 전망과 달리, 이달 들어 자동차 수출은 플러스(+) 전환하며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자동차 전체 수출액은 13억달러로 전년대비 8.4% 증가했다.
‘깜짝 반등’은 자동차업계가 관세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점유율 유지에 공을 들인 결과라는 평가다. 이에 반등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관세 영향이 점차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고, 업계 역시 관세 부담을 지속적으로 떠안기만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출 다변화로 수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고, 단기간 단편적인 상황으로 수출 늘어났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실제로 업계 손실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로 관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양한 내수 진작 대책을 검토하고 있고, 시행 중인 것도 있다”며 “자동차 부문 정책 금융 15조원의 집행률이 지난 4월 기준 30%를 조금 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