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 '홈런의 날'....이정후-김혜성, 빅리그서 첫 동반 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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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5-16 오전 12:20:00

    수정 2025-05-16 오전 12:2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절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26·LA다저스)이 같은 날 홈런을 터뜨리며 함께 웃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두 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뒤 팀동료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AP PHOTO

먼저 홈런을 때린 주인공은 이정후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이정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2025 MLB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7회말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 라인 넬슨의 4구째 138㎞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타구 속도 163.7㎞의 완벽한 홈런이었다. 전날 애리조나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때린데 이어 두 경기 연속 홈런포였다. 시즌 6호.

지난해 MLB에 데뷔한 이정후는 이날 경기까지 홈런 8개(2024년 2개, 2025년 6개)를 때렸다. 하지만 2경기 연속 홈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은 기록한 적 있다.

이정후의 두 경기 연속 홈런이 더 의미가 있는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때렸다는 점이다. 오라클파크는 MLB에서 좌타자가 홈런을 치기 가장 어려운 경기장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우측 펜스까지 거리가 94m에 불과하지만, 우중간은 상당히 깊고 변칙적인 모양이다. 게다가 우측 외야 펜스는 무려 7.3m나 돼 홈런이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이정후는 보란 듯이 이틀 연속 오라클파크 담장을 넘기면서 장타력을 뽐냈다. 이날 5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이 0.288에서 0.286(168타수 48안타)로 약간 떨어졌다. 하지만 시즌 타점과 득점은 29개, 30개로 올라갔다.

이정후의 활약에도 팀은 난타전 끝에 7-8로 졌다. 전날 애리조나를 10-6으로 꺾고 4연패를 끊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패배로 애리조나와 3연전을 1승 2패로 마쳤다.

LA다저스 김혜성이 MLB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AP PHOTO

같은 날 다저스의 김혜성도 어슬레틱스와 홈 경기에서 빅리그 데뷔 홈런을 작렬했다.

김혜성은 다저스가 2-3으로 뒤진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애슬레틱스 선발 거너 호글런드의 2구째 148㎞ 직구를 받아쳐 역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타구속도 167.8㎞, 비거리 117.3m의 총알같은 타구는 우측외야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뒤 지난 4일 MLB로 올라온 김혜성이 11경기 만에 때린 첫 홈런이었다. 트리플 A에서도 홈런 5개를 터뜨린 김혜성은 빅리그에서도 첫 홈런을 치면서 ‘장타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싹 날렸다.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김혜성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드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저스 동료들도 김혜성이 빅리그 첫 홈런을 터뜨리자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좋아했다.

김혜성은 2회말 첫 타석에서도 내야 안타를 기록,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2루수 앞 느린 땅볼을 때렸지만 빠른 발로 전력 질주해 1루에서 살았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4회초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상대 루이스 유리아스의 잘맞은 타구를 타구를 백핸드로 낚아챈 뒤 재빠르게 1루로 송구해 아웃을 만들었다.

김혜성은 2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뒤 6회말 공격에서 대타 미겔 로하스와 교체됐다. 이날 활약으로 시즌 타율은 0.360으로 올랐다. 시즌 타점과 득점도 2개와 3개로 늘었다.

다저스는 김혜성 등 홈런포 4방을 앞세워 어슬레틱스를 9-3으로 누르고 전날 당한 1-11 대패를 설욕했다.

김혜성은 경기 후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난 항상 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며 “이 곳에서 첫 홈런을 쳐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료 선수들도 첫 홈런이라 그런지 다 축하해줘 굉장히 기뻤다”고 감사인사를 전한 뒤 “홈런은 내가 치고 싶다고 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잘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려고 한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2017 키움히어로즈(당시 넥센히어로즈) 입단 동기다. 당시 이정후는 서울 지역 1차지명, 김혜성은 2차 1라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두 선수는 키움을 대표하는 간판선수로 함께 성장했고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김혜성이 지난해 미국 진출을 고민할 때 가장 많은 조언을 해준 선수도 이정후였다.

이날 동반 홈런은 앞길이 창창한 코리안 빅리거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결과였다. 이정후가 속한 샌프란시스코와 김혜성이 활약 중인 다저스는 오는 6월 14∼1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다. 이정후와 김혜성이 지금과 같은 뜨거운 활약을 계속 이어간다면 이 맞대결은 한국 야구의 멋진 축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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