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누가 믿나"…美 ETF 쓸어담는 개미들, 국내선 '하락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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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올해 주요국 중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올 들어 뉴욕증시가 신통치 않았는데도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을 넣는다. ‘국장 불신’이 자본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TIGER 미국S&P500’이다. 순매수액만 1조1543억원에 달했다. ‘KODEX 미국S&P500’(5966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5337억원) 등 미국 대표지수형 ETF에도 매수세가 쏠렸다.

테마형 ETF도 마찬가지다.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2474억원),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2444억원) 등이 줄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개인 순매수 ‘톱10’ ETF 중 7개가 미국 주식형 상품이었다.

개별 종목 투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2022년 442억달러에서 2023년 680억달러, 작년 말 1121억달러로 급증했고 이달 10일엔 역대 최고치(1221억1817만달러)를 찍었다.

단순히 미국 주식형 ETF를 매집하는 데 그친 게 아니다. 개인은 국내 증시 하락에 집중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주식형 ETF 중 개인 순매수액이 가장 많은 상품은 ‘KODEX200선물인버스X2’다. ‘곱버스’로 불리는 이 ETF는 코스피200지수가 떨어질 때 두 배씩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올해 69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수익률이 올 들어 -37.44%를 기록 중이지만 개인 자금 유입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개인투자자는 최근 미국 증시 약세를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기고 자금을 더 쏟아붓고 있다”며 “장기 우상향해 온 미국 주가지수에 대한 믿음과 선호를 국내로 되돌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강남권의 거액 자산가 사이에서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일부 감지된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서울 반포동의 한 PB는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 미국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비중을 확대하려는 큰손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은 코로나19 때보다도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맹진규/양지윤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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