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열리는 CEO(최고경영자) 서밋에 참석하는 글로벌 기업인의 ‘크루즈선(船) 숙박’을 놓고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상북도가 갈등을 빚고 있다. CEO 서밋을 주관하는 대한상의는 고급 호텔 객실이 부족한 경주 상황을 고려해 크루즈선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데 반해 경북도는 참석자들이 선상에 묵으면 경주에서 행사를 주최하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이달 초 홍콩 선사 ‘아스트로 오션’과 크루즈선 피아노랜드호 사용을 위한 가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850개 객실을 갖춘 피아노랜드호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4박5일간 포항 영일만항에 정박할 예정이다. 스위트룸엔 CEO급 인사들이, 일반 객실엔 수행 인력이 머물도록 할 방침이다.
크루즈선 사용 아이디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영일만항을 찾아 현장을 답사했다. 대한상의는 숙소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250개 객실의 다른 크루즈선을 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북도 APEC준비지원단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피아노랜드호 객실 크기가 14㎡(약 4.2평)에서 49㎡(약 14평)로 좁고 APEC 행사장에서 영일항만까지 이동하는 데 약 45분이 걸린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크루즈선을 임차하면 천년고도 경주를 홍보하는 효과가 반감되고, 지역 경제에 미치 파급 효과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북도 관계자는 “영일만항 근처에는 식당 등 관광 인프라가 전무해 자칫 만족도가 더 떨어질까 우려된다”며 “경주에 마련될 숙소만으로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선 활용을 위해서는 세관·출입국·검역 절차 간소화가 시급하다. 피아노랜드호는 중국 영토로 간주되는 만큼 승객은 선박 탑승 시 세관 검사와 출입국 관리, 검역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 이성우 대한상의 APEC CEO 서밋 추진단 추진본부장은 “법무부 관세청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기관과 일시적인 규제 면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다빈/오경묵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