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직원이 근무 당시 무단결근하고 법인카드를 오남용한 것에 대해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회사가 법원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회사가 재직 중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퇴사 후에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미 퇴사한 근로자에게 성실하게 근무한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재직 중 근태 부실이나 비위 사실을 방치하면 결국 사업주에게 법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퇴사자 무단결근·법카 부정 뒤늦게 적발...600만원 청구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최근 A사가 퇴사 근로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사와 B씨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를 기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예정대로 계약기간이 만료돼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회사는 B씨의 퇴사 이후 "재직 시절 5일간 무단결근하고 16일간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그 기간만큼 지급한 급여 414만여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출·퇴근 지문등록이 아예 없거나 차량 입·출차 기록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더해 규정 외 시간대에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거나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식대를 썼다며 약 185만원의 법인카드 및 택시 부정사용액도 함께 뱉어내라며 총 600여만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재직 중 방치하다 퇴사 후 청구는 근로자에게 책임 전가"
하지만 법원은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근태와 관련해 재판부는 "근무기간 중 무단결근 등에 대해 사용자가 급여 감액이나 징계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근로자가 퇴직한 이후에 비로소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게 되면 근로자는 퇴직 후에도 자신이 모든 기간에 실제로 근무했음을 소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며 "급여에 대한 사후적인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매우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회사 내부에서 지문등록 출퇴근 확인 규정이 철저히 준수되지 않았고 회사도 이를 인지하면서 특별히 문제 삼지 않은 점, B씨가 속한 부서 특성상 외근이 잦은 점, 직군 변경 후에도 종전 업무의 연장으로 외근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들며 회사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또 "설령 무단이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급자가 이를 알고도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정상 출근과 동일하게 취급해 임금을 지급했다면 이는 결근이나 근무지이탈을 승인했거나, 이를 알면서도 지급한 것으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며 반환청구권이 없다고 못 박았다.
법인카드와 택시비 부당사용 주장 역시 배척됐다. 지침에 어긋난 시간대에 수십 회에 걸쳐 택시를 이용했는데, 재직 중에도 내부 지침상 모니터링을 통한 소명 요구가 가능했고 급여 차감 등의 환수 조치가 충분히 가능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았다. 법원은 "B씨의 업무 수행 방식과 비용 지출을 사실상 용인했거나, 적어도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묵시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즉각적인 근태나 비용 처리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법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평소에 근태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작동시키거나, 규정 위반이 적발됐을 때 즉각 소명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 묵시적으로 비위 사실을 '용인'한 게 될 수 있다는 판결"이라며 "그렇다고 충분한 절차를 밟지 않고 즉각 급여 공제 등 조치 등을 단행할 경우 부당 징계나 임금체불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빠르면서도 신중한' 사업주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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