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日 콕 집어 첫 관세 서한…핵심 동맹부터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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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14개국에 보내는 ‘관세 서한’을 전격 공개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가장 먼저 지목했다. 한일에 전달할 서한을 우선적으로 공개한 배경에 대해 백악관은 “대통령이 선택한 국가들”이라고 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관심 국가’ 최상단에 한일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자동차 등을 앞세워 큰 규모의 대(對)미국 무역흑자를 기록해 온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며 다른 나라에 대한 압박 수위 역시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만료 예정이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다음 달 1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한일에 똑같이 25%(기본관세 10%+국가별 관세 15%)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했다. 한일 정부는 일단 3주가량 협상 시간을 확보했지만,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두 나라 모두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25%)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지렛대로 미국 내 투자 확대 등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 관세 서한 보내며 ‘협상’ 신호…압박 통한 최대 양보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일본에 보낼 관세 서한 사진을 가장 먼저 공개하더니, 약 2시간 뒤 다른 국가에 보내는 서한도 올렸다. 14개 관세 서한 발송국 중 한일이 최우선 타깃임을 보여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수년간 한국과의 무역관계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이젠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정책, 무역장벽으로 인한 고질적 무역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양국 관계는 상호적이지 않았다”며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8월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거라고 예고했다. 이날 일본에 보낸 서한에 담긴 문구는 수신자와 국가명 등을 제외하면 한국에 보낸 서한과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 부과 방침과 더불어 추후 협상 여지도 열어 뒀다. 그는 서한에서 “만약 귀국이 지금까지 닫혀 있었던 무역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고 관세·비관세 정책 및 무역 장벽을 제거할 의향이 있다면 이 서한의 내용은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에서도 협상 상대국이 더 나은 제안을 제시한다면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8월 1일이라는 시한이 확고한 것이냐는 질문에 “100% 확고하다곤 말하지 않겠다”며 “만약 그들(상대국)이 전화해 ‘우리는 무엇인가를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열려 있다”고 했다.고관세를 통보하는 압박성 서한을 보내면서 협상 신호도 동시에 보내는 건 상대를 최대한 코너로 몰아붙인 뒤 큰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상무장관 출신인 윌버 로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적용 기준을 조정하면서 세계 각국 정상에게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 “핵심 동맹 韓日 겨냥 ‘벼랑 끝 전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왜 한국과 일본부터 서한 발송을 시작했나. 대통령이 그 나라들에 짜증이 난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대통령의 고유 권한(prerogative)으로, (한국과 일본은) 대통령이 선택한 국가들”이라고 밝혔다. 또 직접 들고 온 관세 서한을 작정한 듯 펼쳐 보이며 “이 서한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원본 서명이 담겨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우선 겨냥한 건 두 나라와의 무역에서 미국이 피해를 봐 왔다는 인식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며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다양한 방식으로 엄청난 지원을 제공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대해선 지난달 29일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하지 않는 대신 미국은 수백만 대의 일본 차를 수입하고 있다. 그것은 불공평하다”고 질타했다.

이를 두고, 한일 양국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자동차 관세 인하를 미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등에 부과 중인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보면 최종 관세의 15∼20% 정도만 현재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한일이 미국의 핵심 우방이지만 무역협상에서 진척이 더딘 점도 영향을 미쳤단 진단도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표적으로 삼는 ‘벼랑 끝 전술’을 보여줬다”며 “양국의 대미 무역협상은 미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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