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수입신고 검증과 관세회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고율 관세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원산지 허위신고, 가격 저가신고, 품목 오분류, 제3국 환적을 통한 원산지 세탁 등을 더 엄격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국내 수출기업도 통관 서류, 신고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21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 관세회피 대응 강화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에서 수입신고 검증과 관세회피 단속이 강화되면서 위반 기업에 고액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단속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통관 집행 강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수입자의 책임, 수입신고·증빙 요건은 한층 엄격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해당 행정명령은 불법 수입품 차단,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국경에서 이뤄지는 무역 단속·조사를 확대하는 조치다. 위조품·규제 위반 품목의 유입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통관 절차를 더 까다롭게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회피 단속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고강도 관세정책이 있다. 관세 부담이 커지면 이를 피하려는 시도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보고서는 원산지 허위신고, 수입가격 축소 신고, 품목분류 오류, 제3국을 거친 원산지 세탁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봤다.
미국은 과거에도 관세회피를 단속해왔다. 다만 기존에는 관세 추징이나 벌금처럼 관세국경보호청(CBP)의 행정제재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사안에 따라 민사소송이나 형사기소로 번지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트럼프 2기 들어 CBP·법무부 등 관계기관이 공조를 강화하면서 제재 수단이 확대되는 추세다.
내부 제보도 변수로 떠올랐다. 무역협회는 경쟁사나 전·현직 임직원과 같이 기업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 제보가 관세회피 적발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허위청구법(FCA)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는 정부를 대신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위반 기업에는 정부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이 부과된다. 관세회피 사건에서 고발자가 정부 회수 배상액의 15~30%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도 신고 유인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무역협회는 모든 신고 오류가 곧바로 민사소송이나 형사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단순 착오의 경우 과도한 우려보다 기업 내부의 사전 점검과 사후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형사기소는 주로 허위 서류 제출이나 제3국 환적을 통한 원산지 세탁처럼 고의성이 인정되는 무역사기 행위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중국산 제품과 관련한 사건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류가 확인되더라도 기업이 합리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조사 과정에 얼마나 협조했는지가 제재 수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관세 환급에 따른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존 관세조치의 실효성 확보에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IEEPA 관세 환급'은 미국 정부가 IEEPA를 근거로 징수한 관세가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수입업자에게 기존 납부액을 돌려주는 절차다. 대규모 환급금 지급이 이뤄지는 만큼 미국 정부가 다른 관세 집행 수단을 더 강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품목분류·원산지·과세가격 등 주요 신고사항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오류를 발견하면 신속히 시정하는 등 사내 준법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사 대상이 되더라도 소명자료 제출과 감경 요청 등 구제절차를 적극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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