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라질과 필리핀 등 8개국에 8월 1일부터 적용할 상호관세 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발송하고 이를 공개했다. 브라질은 50%의 '관세 폭탄'을 맞았고, 주요 무역국인 유럽연합과 인도는 아직 서한이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 8건의 서한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필리핀에 대해 20%, 브루나이·몰도바에 각각 25%, 알제리·이라크·리비아·스리랑카에 각각 30%, 브라질에 50%의 상호관세율을 적시했다.
지난 4월2일 발표한 상호관세율과 비교하면 필리핀은 17%에서 3% 포인트 올랐다. 브루나이는 24%에서 1% 포인트 높아졌다. 스리랑카는 14% 포인트(44%→30%), 이라크는 9% 포인트(39→30%), 리비아는 1% 포인트(31%→30%), 몰도바는 6% 포인트(31%→25%)씩 각각 하향 조정됐다.
알제리는 변화가 없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브라질에 대한 상호관세율이다. 지난 4월엔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됐지만, 이번엔 정치적인 이유를 제기하며 관세율을 한 번에 40%포인트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재판에 계류 중인 상황은 국제적인 불명예"라면서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브라질에서 자유로운 선거와 미국인들의 근본적인 표현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브라질 상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8월 1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관세 고율 관세 배경으로 거론했다. 또 "미국 기업들의 디지털 교역 활동에 대한 브라질의 계속된 공격과 다른 불공정 무역 관행" 등을 언급하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무역법 제301조에 입각해 브라질에 대한 조사를 즉시 시작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보수 성향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 그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진보 성향인 룰라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 전략을 편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관세는 다른 나라 정치와 사법에 대한 개입 수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90일 유예를 거쳐 9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내달 1일부터 발효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지난 7일부터 각국 정상에 새롭게 조정된 상호관세율이 적시된 서한을 발송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인도에 대한 서한은 9일 오후 5시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의 상호관세율은 25%로 적어 보냈는데, 사실상 무역 합의를 위한 추가 협상 기간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세 협상에 관여해온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내달 1일로 다시 미루자고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배경에는 인도와 EU 등 일부 주요 무역 상대와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