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21일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뒤 “핵위협을 제거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이란의 주요 핵물질이 여전히 보존돼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핵시설이 지하 깊은 곳에 보관된 만큼 기존 무기로는 타격이 어려워서다.
CNN은 22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와 군사·핵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의 약 60%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진 이스파한 지하 핵시설은 사실상 온전하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은 미국이 공급 대상으로 삼은 세 곳 중 한 곳이지만, 초대형 관통 폭탄인 ‘벙커버스터’는 투하퇴지 않았고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만 사용됐다.
전문가들은 이스파한 지하시설이 너무 깊어 벙커버스터로도 완전 파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봤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교수는 “터널 안에 보관 중이던 고농축 우라늄은 건드려지지 않았다”며 “이 공습은 불완전한 공격이었다”고 CNN에 설명했다.
상업 위성사진을 보면 포르도나 나탄즈 핵시설은 B-2 폭격기의 벙커버스터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반면 이스파한은 지상 구조물 일부만 손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상업용 위성사진 업체 에어버스의 촬영 사진을 분석해 “지하까지 일정 부분은 타격됐지만,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쳤는지 불분명”이라고 전했다.
또 익명의 미 정보당국자는 CNN에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핵시설인) 포르도는 여러 발의 벙커버스터가 정밀하게 한 지점에 명중해야만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깊다”며 “이스파한은 그보다도 더 깊은 곳에 너터널이 존재해 사실상 기존 무기로는 타격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스파한 같은 시설을 제거하려면 새 폭탄을 만들거나 아니면 핵무기를 써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재 미 행정부의 공식 논평은 내지 않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실은 CNN의 논평 요청에 “추가로 공유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향후 이란과 협의할 것”이라며 “그들이 무기급 농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은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우라늄을 핵무기급으로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제조 능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또 새로운 핵 농축 시설을 이스파한에 추가로 건설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핵개발 저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이란이 이스파한에 새로운 핵시설을 곧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