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핵합의 매우 근접…우호적이냐 아니냐 결단 내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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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함께 14일(현지 시간) 도하의 루사일 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5.05.15.[도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함께 14일(현지 시간) 도하의 루사일 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5.05.15.[도하=AP/뉴시스]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란을 겨냥해 “우호적, 비우호적이라는 두 가지 길만 있을 뿐 세 번째는 없다”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다만 “우리는 이란이 번영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며 “모두 평화롭게 살길 원한다”고 했다. 집권 1기부터 갈등을 빚은 이란에 핵포기를 종용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내는 동시에 협상의 문도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중동 문제를 다룰 때도 앞서 미 행정부들이 적용해 온 문법에 얽매이는 대신 ‘트럼프식 실용주의’ 잣대를 들이대겠단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에서만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700조 원) 상당의 경제교류를 창출하는 합의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동에 안보 인프라 등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안보-경제 메가 패키지딜’을 성사시켰다는 것. 거액의 ‘오일 머니’ 획득이 이번 중동 순방의 핵심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트럼프, ‘중재 강국’ 카타르 국왕에게 “이란 문제 함께 해결”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동 순방 기자단에게 “장기적 평화를 위해 이란과 매우 진지하게 협상하고 있다”며 “이란과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까지 이란과 네 차례에 걸쳐 핵협상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도하에서 열린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주최 국빈만찬에선 이란에 대해 “‘폭력적인 길’을 원하지 않는다”며 조속히 핵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란에 대해) 훨씬 더 강경한 접근을 선호할 테지만, 난 그 길을 피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타밈 국왕을 향해 “이란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며 적극적인 중재를 당부했다. 카타르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진행된 미-탈레반 간의 ‘아프간 평화 협상’ 등을 중재한 중동의 대표적인 중재국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도 미국과의 핵협상에 적극 나서겠단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알리 샴하니 이란 최고 정치·군사·핵 고문은 14일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즉각적인 경제 제재 해제와 농축률이 낮아 발전용으로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 활동 지속을 조건으로 자국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전량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연일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선 적대국이었고 이란과 러시아와 밀착했던 시리아에 대해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란을 향해선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전제로 ‘거래’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사우디에서 그는 이전 미 행정부들이 행한 적극적인 중동 개입 정책을 비판하며 “나는 (중동 국가들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훈계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자리에 참석한 아랍국 주요 인사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등 열광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 백악관 중동 순방 경제성과 홍보…NYT “실제 계약 규모 절반도 못 미쳐”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수출 합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카타르에서도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교류에 합의했다. 여기엔 카타르항공이 미국의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210대를 구매하는 등 9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포함됐다. 또 미국의 엔지니어링 및 보안 솔루션 공급업체 파슨스는 970억 달러 규모의 30개 프로젝트를,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은 카타르의 드론 방어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공개한 사우디 등과의 계약 규모가 실제론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동 순방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뻥튀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NYT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이 사우디와 맺은 계약 총액은 2830억 달러 규모로, 백악관이 주장한 600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또 많은 계약 목록들의 세부사항이 불분명하고, 일부 계약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이미 진행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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