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회' 된 美 건국기념 행사…"반공" 외치며 지지층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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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위 얼굴’ 앞 트럼프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역대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산에서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서 채택 이후의 미국 역사를 되짚으며 “공산주의는 패배자”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큰바위 얼굴’ 앞 트럼프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역대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산에서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서 채택 이후의 미국 역사를 되짚으며 “공산주의는 패배자”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모두 미국인입니다. 나는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 무엇보다 이 나라를 사랑합니다.”(마리아 톰슨, 마이애미주, 66)

미국 건국 250주년인 4일(현지시간) 대대적인 독립기념일 행사가 열린 워싱턴DC 일대는 축제 분위기가 완연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하철은 모두 성조기 색깔의 옷차림과 장식을 한 인파로 가득 찼다. 목에 두르는 선풍기 등을 갖추고 얼음물을 연신 들이켜는 이가 많았지만 무섭게 내리쬐는 햇볕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막진 못했다.

◇ MAGA 지지자 중심 참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행사를 ‘트럼프 집회’로 명명하고 정치적 지지자를 규합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던 만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지지자가 주류를 차지했다. 오스틴 린드 씨(39)는 임신 중인 아내 베스(45)와 세 아이를 데리고 루이지애나에서 이틀간 자동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그는 “낙태 반대 같은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열심히 해온 사람은 없었다”며 “미국을 위해 기도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의 첫딸 소피아(5)는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며 “그래서 미국은 좋다”고 했다.

백인이 다수인 행사였지만 다른 인종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라크 출신으로 3년 전 미국으로 이주한 쿠르드족 와파 루스탐 씨(60)와 두 자녀는 공화당 지지자라고 했다. 아들 탈리브 씨(20)는 “이라크에서 위협받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자유를 찾아 미국에 왔다”고 했다. 딸 주마나 씨(21)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지지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오기 위해 튀르키예에서 10년 동안 대기했다”며 “서류도 없이 쉽게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공평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없이 오직 미국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미국 식민지 시대 상징인 트라이콘(세 방향으로 접어 올린 모자)을 쓴 흑인 여성은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자는 독립전쟁 당시 미국 군인이 착용한 것”이라며 “내 피부색과 같은 사람들도 당시 국가의 자유와 노예 해방을 위해 전쟁에서 싸웠다”고 설명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워싱턴기념탑이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가 표출된 가운데 번개가 내려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워싱턴기념탑이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가 표출된 가운데 번개가 내려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참가자에게 어떤 미국이 되기를 바라느냐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은 ‘하나 된 미국’을 강조했다. 건국 이념대로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인 나라가 돼야 한다는 대답도 공통적이었다. 미시시피에서 왔다는 딜런 심스 씨(34)는 “미국이 희망과 통합의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유나이티드’(통합)라는 단어는 이 나라 이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더 단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트럼프 “공산주의와 투쟁”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은 통합이 아니라 이념적 대결을 강조하는 데 치우쳤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1시께 시작한 연설에서 그는 미국 사회 내 공산주의 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대전에서) 파시즘을 물리친 후 미국인은 냉전 시대에 공산주의라는 악에 맞섰다”며 “미국은 결코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참전용사들이 전 세계 전장에서 공산주의와 싸웠는데 정작 그 위협이 다시 미국에서 고개를 들게 내버려둘 수 없다”며 “암과 같아서 시작하기 전에 신속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지원하는 이른바 민주사회주의자들이 각종 선거에서 약진하자 이들이 ‘공산주의자’라며 연일 공격하고 있는 연장선이다.

캔자스에서 온 짐 프라이스 씨(55)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열띤 지지를 보냈다. 그는 “공짜로 무언가를 얻으려 할 때 우리 마음속 게으름이 드러난다”며 “맘다니 시장은 특권층의 삶을 누렸기 때문에 정당하게 일해 노동 결실을 얻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미국 스스로가 창조한 세계를 파괴하는 혁명 상태에 놓였다”며 “이들의 적은 미국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구축한 국제기구, 동맹, 그리고 가치 체계”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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