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2시간(러시아 발표는 2시간 5분)에 걸친 통화가 매우 잘 됐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그것을 위한 조건들은 두 나라 사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할, 협상의 구체적 사항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재앙적인 ‘대학살’이 끝나면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고 싶어 하며 나도 동의한다”라고 밝힌 뒤 “러시아에는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을 압박하면서 미국과의 무역 거래를 ‘당근’으로 제시한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는 국가 재건 과정에서 무역의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도 협상에 성공할 경우 경제적 혜택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이 대표하는 바티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개최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한 뒤 “(협상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바티칸 평화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와 관련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미국과 여러 유럽 지도자가 (레오 14세 교황의) 제안에 대해 화상 회의를 통해 논의했다”며 “교황이 바티칸에서 회담을 주최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 “매우 유익하고 매우 솔직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정의 윤곽을 그리는 각서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다양한 입장을 정의한 미래 평화 조약 각서에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예를 들어 해결 원칙, 평화 협정 체결 시기 등 적절한 합의가 이뤄지면 일정 기간 휴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면 휴전할 수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회담했다는 것은 우리가 대체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믿게 해줄 이유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다만 러시아 측이 기존처럼 전쟁의 근본 원인이 해결돼야 휴전할 수 있다고 버티고 있어 실제 협상이 속도를 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의 통화 뒤 성명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명백하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푸틴 대통령이 꼽은 전쟁의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및 비무장화 △점령지 편입을 통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보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이 포함된다.우샤코프 보좌관은 또 이날 전화 통화에서 미러간 수감자 교환 문제도 논의됐다면서 각국에 수감된 시민을 9명씩 교환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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