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여부를 향후 2주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하락 마감했다. 미국의 즉각적인 개입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인식에 따라 지정학적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발언은 내놓은지 이틀 만에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단행하면서 유가는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직전 거래일인 18일보다 0.21달러(0.28%) 내린 배럴당 74.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준틴스(Juneteenth·노예해방 기념일)'로 뉴욕 금융시장이 휴장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물은 전일보다 1.84달러(2.33%) 급락한 77.01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향후 2주 내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계획을 이미 승인했지만, 이란 측 반응을 지켜보기 위해 실행을 보류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1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하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중 포르도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핵심 거점으로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이 위치한 곳이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를 잇는 전략적 해상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쏠리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출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현재까지 이란이 해당 수로를 봉쇄하려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사태가 신속히 해결된다면 유가는 다시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지만, 글로벌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위 쉬 케플러 선임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시장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하루라도 봉쇄한다면 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120달러, 심지어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란의 에너지 수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보고 있다. 이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전체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돌아가고 있다"며 "그것(해협 봉쇄)은 이란인들 입장에서 자살 행위"라고 경고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