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권으로 추락해 가까스로 K리그1에 잔류했던 2024년 전북 현대엔 거스 포옛 감독이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우루과이 지도자가 녹색군단의 모든 걸 바꿔놓았다. 포옛 감독이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K리그1 홈경기 도중 상황을 분석하는 모습.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는 포옛 감독과 함께 잠시 사라졌던 ‘승리 DNA’를 되살렸다. 0-2로 뒤지고 있어도 3-2로 뒤집고, 0-1로 끌려가도 어떻게든 승점을 챙기는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통산 10번째 정상을 정조준하는 전북 현대의 2025시즌이 뜨겁다.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라운드 홈경기에서 FC서울과 1-1로 비겨 16경기 연속무패(11승5무)를 질주, 선두를 굳게 지켰다.
지독한 하향세를 그린 지난 시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리그 반환점을 돈 전북은 12승6무2패로 승점 42를 쌓았다.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거쳐 생존한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챙긴 전체 승점과 같다. 최다골(34골), 최소실점(15골)은 덤이다.
드라마틱한 반전인데, 지난해와 올해의 전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이 있다. 지난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의 후임으로 축구국가대표팀 최종 후보에 오른 지도자가 녹색군단의 ‘승리 DNA’를 깨웠다.
특히 체계적 동계훈련이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포옛 감독은 “모두가 100분을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뤘다. 그러면서 시즌 중 훈련은 최대한 단순화했다. 그 결과 전북은 매 경기 많이 뛰면서도 부상은 거의 없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게 됐다. “확실한 플랜A만 있어도 양질의 축구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나 선수들과의 소통은 디테일하다. 실력이 부족하면 정확히 보완할 점을 알려주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에도 뛸 수 없다면 명확히 이유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고 장점을 극대화한다. 12골로 득점왕 경쟁에 뛰어든 전진우는 ‘포옛 체제’에서 윙어와 2선 중앙, 섀도 스트라이커를 전부 오가는 완전체 공격수로 거듭났다.
‘밀당(밀고 당기기)’도 확실하다. 최고의 폼을 보인 중앙 미드필더 김진규에겐 “대표팀처럼 뛰지 않으면 네 자리는 없다”고 잘라 말했고, 전진우에겐 “A매치를 뛰었지만 쉬게 할 생각이 없다. 스스로 이 상황에 책임지라”며 자극을 줬다. 포옛 감독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부분은 책임의식이다. “그 자리, 이 경기의 주인공은 바로 너”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포옛 감독은 팀 문화까지 바꿨다. 합숙 폐지와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해 선수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철두철미한 식단 관리로 염분이나 동물성 지방을 최소화하되 고담백 저염식 위주의 메뉴로 몸관리까지 돕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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