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9일(현지시간) 오전 9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컨벤션센터(SJCC). 비상한 표정으로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2025’ 무대 위에 오른 립부 탄 인텔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제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반도체 개발 및 제조 분야에서 우리 위상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 계속해서 거론된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 가능성에 선을 긋는 동시에 고객사들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인텔 "연말 18A 공정 본격 양산 돌입"
탄 CEO는 이날 무대 위에 올라 “취임 후 5주간 많은 사람들로부터 파운드리 사업에 계속 집중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아왔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나의 대답은 ‘예스(yes)’”라고 강조했다. 테크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전 CEO가 이사회에서 사실상 해임된 뒤 인텔이 경영난 극복을 위해 파운드리 부문을 분리 매각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는데 이를 부인한 것이다. 특히 최근엔 인텔이 TSMC와 함께 파운드리 운영을 위한 합작사 설립에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탄 CEO는 “물론 우리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우리의 로드맵, 파트너십, 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이날 오는 하반기부터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대량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1.4㎚(인텔 14A) 공정을 가동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초 인텔은 지난해 말부터 1.8㎚(인텔 18A) 공정에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영난과 그에 따른 CEO 교체로 인해 계획이 지연됐다. 나가 찬드라세카란 인텔 수석부사장은 “18A 공정엔 여느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여러 고비와 난관이 있었지만 팀은 계속 진전해나갔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18A 공정으로 대량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미국 오리건주 힐스버러 인근 공장에서 18A 공정의 초기 생산을 시작하고 애리조나주 공장에서도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 최첨단 공정인 인텔 14A 공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탄 CEO는 “여러 고객사들이 2027년을 목표로 14A 공정에서 테스트 칩을 개발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냈다”며 “14A를 최고의 공정으로 만들기 위해 시장의 더 다양한 요구를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외주 제조 고객사들이 현재 우리의 첨단 제조 공정(14A)에서 테스트 칩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파운드리에서 자사를 훨씬 앞서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가 각각 2027년과 2028년 1.4㎚ 공정 개시를 예고하고 있는데 이를 따라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 우선 전략' 재차 강조
취임 5주차를 맞은 탄 CEO는 이날 ‘고객 우선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심각한 경영난으로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되찾고, 파운드리 후발주자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고객 우선으로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EDA 등 주요 전자설계자동화(EDA) 업체 수장들에게 “고객 성공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설명해달라”, “고객들이 설계 단계에서 어떤 문제를 직면하는지 공유해달라”고 말하는 등 재차 고객 관점에서 인텔에 대한 피드백을 묻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의식한듯 자사의 미국 내 제조 역량도 강조했다. 탄 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술 및 제조업 리더십을 핵심 우선순위로 삼은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중요성이 더 커지고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은 1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텔은 여기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