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
새 정부 출범 후 재가동 기대 커
재고 축소·수익성 개선에 큰 힘
야구 유니폼 호조에 실적 개선
中·아세안서 교복 사업 확대
“대북 사업이 재개되면 패션업계 실적은 물론 패션산업 생태계 전반에 큰 전환점이 마련돼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 겁니다.”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 개성공단 재가동에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 주목된다. 최 대표는 최근 섬유패션 전시회 ‘프리뷰 인 서울2025’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과거 개성공단과 남포공단에서 이미 사업한 경험이 있기에 재개만 하면 24시간 안에 기계와 원부자재를 바로 투입해 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다. 이미 장비와 인프라를 갖춘 만큼 현장 투입만 하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형지를 비롯한 주요 패션 제조업체들은 베트남 등 해외 생산기지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 공장은 1년 전 또는 수개월 전에 미리 제품을 기획해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완제품을 국내 시장에 배로 옮기는 데만 2주가 소요된다. 그러는 와중에 트렌드가 바뀌거나 예상보다 제품이 적게 팔리면 재고 부담이 쌓이게 된다. 최 대표는 “패션업계 평균 재고율이 30% 전후인데 이 재고가 영업이익을 갉아먹는다”며 “개성공단이 열리면 육로로 단 몇 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어 소비자 반응에 따라 추가 생산하면서 재고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획부터 생산까지 짧은 기간에 가능해지니 수익성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옷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최 대표는 “한국의 봉제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과거 개성공단 시절 생산된 여성복은 국내외 소비자에게 ‘핏’과 ‘퀄리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북한 인력을 활용하면 국내 봉제업도 동반 활성화될 것이고, 대구 섬유업 등 연관 산업에도 낙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지엘리트는 이번 제24기(2024년 7월~2025년 6월) 연결 기준 잠정 실적에서 매출 16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6% 늘어난 수치다. 최 대표는 그 비결로 스포츠 부문의 실적 호조를 꼽았다. 그는 “야구 유니폼 판매가 예상치를 두 배씩 웃도는 등 ‘신드롬’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고 밝혔다. 향후 전략도 스포츠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형지엘리트는 조만간 글로벌 대형 구단과 지식재산권(IP) 계약을 체결해 한·중·일 3국에서 동시에 스포츠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밖의 해외 전략으로는 워크웨어와 관련해 미국 내 생산기지를 건설해 군납 등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교복 사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최 대표는 “국내 교복 시장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우리 회사가 성장했던 출발점인 만큼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작은 분교까지 직접 찾아가 교복을 공급하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학생들이 건강하게 입을 수 있는 교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에서는 중국과 아세안 중심으로 교복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