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성장 시대…"한국판 IRA로 산업 체질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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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한 비전이 제시됐다. 지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경제·산업 대도약을 비전으로 기술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이라는 3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정부의 국정 과제에 대한 기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업계에선 크다. 단순한 성장 전략을 넘어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성장 정책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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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분야에서 ESG 강조 기조

새 정부의 지속 가능 정책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제도 개혁,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공약을 살펴보면 15대 정책 과제를 중심으로 247개의 공약과 이를 뒷받침하는 1011개의 세부 이행 과제가 제시됐다. 이 중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과제는 189개로 전체 세부 이행 과제의 18.7%를 차지한다. 신정부가 지속가능성을 중점 의제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등 환경 이슈뿐 아니라 노동, 인권, 다양성, 주주가치 제고, 자본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돼 있다. 사회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세부 내용이 탄탄히 구성된 만큼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출범 예정인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더 구체화되고 우선순위 조정을 거쳐 국정 과제로 정비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기후위기 대응을 더 이상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ESG를 포함한 기존 지속 가능성 정책의 한계는 ‘규제’ 중심에 머물렀다는 데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포스트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저성장·제로성장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지속 가능성 정책은 단순히 규제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넘어 사회·경제 시스템을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육성정책’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양적 성장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질적 성장 기반의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과거에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포용, 환경 보호, 삶의 질 향상 등 질적 가치에도 방점을 둬야 한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듯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고려해 과감한 에너지 전환이 요구된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위기’이며 포스트 성장 시대의 가장 큰 제약 요인 중 하나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 산업 구조 개편, 친환경 기술 투자와 더불어 지속 가능성 기반의 신성장산업에 금융의 역할을 결합해 육성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 산업 구조에 맞춘 전환금융 정책 절실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기후 적응을 위한 기술 개발과 산업화가 병행돼야만 의미 있는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 기후테크 시장은 지난해 342조원 규모에서 2032년 318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요국과 벤처캐피털은 기후테크 분야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기후 적응 기술,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미래 모빌리티 등은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기준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272곳에 불과하다. 에코와 푸드테크 분야 비중이 높고 글로벌 투자 대비 금액도 낮은 수준이다. 대기업 중심의 CCUS와 미래 모빌리티는 연구개발(R&D) 지원이 부족하고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혀 있다. 기후테크는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미래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돼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 경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연평균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초기엔 탄소세 등으로 비용이 증가해 단기 성장률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 대응이 없다면 경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전환금융은 ESG의 핵심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투자 개념이다. 특히 GDP 비중이 높고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부문의 구조 전환에 필수적이다. 초기 비용과 지역·노동자 피해를 줄이는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 측면에서도 전환금융은 중요하다.

◇ ‘한국판 IRA’ 전략 필요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위해선 기업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세계 공급망 재편으로 전기자동차·배터리·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은 현지 생산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해외 생산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강력한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후테크 투자와 전환금융만으로는 현재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처럼 자국 생산 유인을 강화하는 유인책 없이는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유출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포스트 성장 시대…"한국판 IRA로 산업 체질 바꿔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첨단산업(2차전지·수소·재생에너지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한 정교한 정책 설계와 재정적 뒷받침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능동적 전략이 필요하다. 신정부의 성공과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로서 한국판 IRA와 같은 강력한 산업 전환 지원을 기대한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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