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견딘 이란, 봉쇄에 백기 드나…“경제 무너져 물가 60% 폭등”

4 weeks ago 8

美 해상봉쇄뒤 유조선 한 척도 못 내보내
석유 수출 중단되고 곡물 수입도 막혀
국민 분노 치솟아…종전협상 고려 불가피

지난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사람들이 이란 국기가 걸린 거리를 거닐고 있다. 2026.05.03 AP/뉴시스

지난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사람들이 이란 국기가 걸린 거리를 거닐고 있다. 2026.05.03 AP/뉴시스
이란이 미국의 종전협상 제의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합의 모색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이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경제를 지탱해 온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이후 자국 경제가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미드 호세이니 이란 상공회의소 에너지위원회 위원은 “해상 봉쇄는 전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이라며 “현재의 교착 상태가 깨지지 않으면 이란의 석유 및 에너지 수출과 정유 시설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습이 이뤄진 후에도 이란산 원유는 5주 이상 수출량의 약 98%가 문제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부로 미국이 해협 봉쇄 맞불 작전에 나서면서 이란발 유조선은 단 한척도 해협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NYT는 “이번 봉쇄로 이란의 석유 수출이 중단되면서 핵심 수입원이 차단됐고 석유 저장 시설 또한 한계에 이르른 상황”이라며 “곡물, 의약품, 전자제품 등 다른 상품들의 수입 또한 대체 경로를 찾아야만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출입 차질은 가뜩이나 취약했던 이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란 화폐인 리알화는 전쟁 전 대비 가치가 3배 가까이 폭락했고, 인플레이션도 사상 최고치인 60%에 달하는 상황이다. NYT는 “이란 국민들은 튀르키예에서 식용유를 구해오고 있다”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규모 해고가 이뤄져 최소 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공무원들도 두달 이상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제난이 계속될 경우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아 이란 정권이 더욱 격렬한 반(反)정부 시위와 마주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주관하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이날 이란 국민에게 보내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적은 해상 봉쇄를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언론 캠페인을 벌이고, 국가적 단결을 약화시켜 우리를 항복으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