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가대표 수비수를 품은 FC안양. 권경원의 합류로 후방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과거 전북현대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었던 김영찬은 안양에서도 마주한 권경원을 반기면서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안양과 대구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23라운드가 열렸다. 야고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간 안양이 김보경, 최성범, 모따의 연속골과 카이오(대구)의 퇴장 변수로 우위를 점하며 4-0 대승을 거뒀다.
야고의 페널티킥을 만들고,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김보경이 팀의 승리를 견인했지만, 후방에서는 데뷔전을 치른 국가대표 수비수 권경원의 역할이 컸다. 권경원은 벌써 안양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탄탄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 빌드업 능력까지 뽐내며 안양의 무실점을 이끌었다.
이날 안양은 4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4골을 터뜨리며 1부 승격 후 최다 골을 기록했다. 아울러 4월 6일 강원FC(2-0)전 이후 16경기 만에 무실점을 기록했다. 무려 107일 만이다.
권경원과 함께 안양의 수비를 책임진 김영찬은 “수비수들이 경기를 리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권)경원이 형을 바라보면 디테일한 리딩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이 집중 못하고 있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 되면 오히려 화를 내고,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배워왔던 정석인데 너무 간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면서도, 모두가 경원이 형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전을 앞두고 두 수비수 간의 비밀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김영찬은 “경원이 형과는 전북현대에서 함께 지난 바 있다”라며 “안양으로 이적하면서 다시 보게 됐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경원이 형이 따로 불렀다. 상대 공격수 세징야를 어떻게 막을지 의논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상대가 공격을 이어갔고, 잘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라고 만족했다.
안양은 권경원의 영입으로 후방에서 다양한 옵션이 발동하게 됐다. 4백과 3백을 혼용하는 유병훈 감독의 전술에서 핵심 수비수로 중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4백의 왼쪽 중앙 수비수로 나설 경우 3선에 토마스가 배치된다. 이어 3백에서는 중앙 수비수로서 팀이 수비 라인을 이끄는 역할부터 왼쪽 스토퍼로서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
김영찬은 권경원의 영입으로 다시 한번 치열한 선발 경쟁에 나서게 됐다. 김영찬은 “대구전 마지막까지 실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친구들이 16경기 만에 무실점했다고 말하더라”며, “수비진 구상이 여전히 신기하다. 파트너를 바꾸며 경기를 치렀다. 하루는 ‘안양의 왕(KING)’ (이)창용이 형이랑 뛰면, 다른 날은 ‘국가대표 수비수’ 경원이 형이랑 뛰게 됐다. 두 사람 모두 편하고 든든하다. 왕, 국가대표와 경쟁해야 한다. 저는 그저 소상공인 정도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경쟁력도 높여가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 열심히 하라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영찬은 대구전 야고의 페널티킥 선제골에 기점이 됐다. 전반 29분 후방에서 한 번에 넘겨주는 패스를 찔러 넣었다. 공격수 김운과 수비 사이를 파고들던 김보경 사이로 패스가 떨어졌다. 이때 김운이 볼을 흘려주면서 김보경이 완벽한 1대1 찬스를 만든 뒤 오승훈 골키퍼 태클에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김영찬은 당시를 돌이키며 “정확히 공간을 바라보고 패스했다. (김)운이를 바라봤다. (김)보경이 형도 쇄도하고 있어서 두 선수가 패스를 주고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이가 흘리더라.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보경이 형이 처리했다면 도움을 기록할 수 있었겠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은 기억이 오래돼서 팀이 또 기회를 얻어서 기쁠 뿐이었다. 그래서 야고의 선제골에는 60%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당당함을 보였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