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쌀 수출 올해 185t
日, 4월 한달 쌀수입 6833t
지난 1년 수입량 2.3배 달해
상승률 전년 동월比 98.4%
‘사재기’ 등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쌀이 부족해진 일본으로의 한국 쌀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한일 경제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고 있다.
3일 NH농협무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전남 해남 쌀 2t으로 시작된 한국의 대일본 쌀 수출이 올해 185t에 도달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4월 해남 옥천농협 ‘땅끝햇살’ 2t에 이어 같은 해남 쌀 62t이 일본으로 나갔고 강진농협 60t, 하동농협 40t, 삼척농협 20t 등이 뒤를 이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추가로 약 650t 수출이 확정됐다”며 “해남, 강진, 하동 등에서 올해 일본으로 나가는 농협 쌀은 총 830t에 달한다”고 밝혔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으로의 쌀 수출은 사실상 전무했다. 일본도 평년에 쌀이 많이 남는 데다 관세마저 높아 한국 쌀이 일본 시장에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일시적으로 일본 쌀 작황이 나빴고, 사재기에 관광객들의 초밥 수요까지 겹치며 일본 내 쌀값이 2배 폭등하자 한국 쌀 수출 기회가 생겼다.
아사히신문이 일본 재무성 무역 통계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 한 달간 일본이 수입한 쌀은 6838t으로 지난 1년(2024년 4월∼2025년 3월) 수입량 3011t의 2.3배에 달했다. 주요 수입국을 살펴보면 미국이 80%가량을 차지했고 인도, 태국, 베트남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4월 일본 쌀값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8.4%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공공 비축 물량을 풀면서 쌀값에 대응하고 있지만 오히려 쌀 가격 상승률은 1월 70.9%, 2월 80.9%, 3월 92.1%로 높아지고 있다.
작년 상반기 소매점에서 5㎏당 2000엔 안팎이던 일본 쌀 가격이 최근 4200엔대로 치솟았다고 일본 농림수산성이 밝혔다. 이 때문에 관세와 운송비, 인건비 등을 감안해도 한국 쌀이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수출입을 총괄하는 NH농협무역 관계자는 “쌀을 수출할 때 미국은 3주, 유럽은 2개월이 걸리지만 일본은 3~4일이면 충분하다”며 “이번에 시작된 일본 쌀 수출이 한일 경협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H농협무역의 일본 자회사인 한국농협인터내셔널은 수입한 쌀을 자체 온라인몰에서 일부 판매하고 일본 도소매 업체에 넘긴다. 자체 온라인몰에서는 한국 쌀이 새로 올라오기 무섭게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협인터내셔널이 자체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한국 쌀 가격은 4㎏에 4108엔(약 3만9000원)이다. 한국 내 가격은 대략 2만원대 초반이다. 4㎏이면 관세가 1364엔(약 1만3000원) 붙는다. 여기에 운송비와 인건비, 중간 유통마진 등을 감안해 책정한 가격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적정 마진을 확보해 수출하고 있다”며 “손실을 보면서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대한 쌀 수출이 늘고 있지만 국내 구조적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쌀 소비는 줄고 있지만 생산은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2021~2024년 2조6000억원을 들여 연평균 31만t의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했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농산물 수입 및 양곡 매입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은 총 4조6000억원을 투입해 시장에서 쌀을 격리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1조1372억원의 원금과 6028억원의 이자를 갚았고, 남은 원금만 3조5049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