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 모두 ‘멘붕’ 빠졌어요”...공포 휩싸인 하버드에 무슨 일이

3 weeks ago 6

미국 행정부 유학생 등록 금지
취업 앞둔 졸업생 체류 미지수
유학준비생도 불안감 휩싸여

미 명문 하버드대 캠퍼스 [AFP = 연합뉴스]

미 명문 하버드대 캠퍼스 [AFP = 연합뉴스]

“유학생들 모두 ‘멘붕’입니다. 힘들게 하버드대에 들어왔는데 쫓겨날까봐 너무 불안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정부 요구에 반기를 든 명문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인증을 취소했다는 소식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들은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은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유학생 신분으로 계속 미국에 머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절규했다.특히 외국인 학생 등록 취소라는 극단적인 조치에도 하버드대로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 아무런 공식 설명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다.

하버드대 석사과정 1학년인 A씨는 “소식을 접한 유학생들이 모두 깜짝 놀랐으며 당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하버드대 유학생들은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AFP = 연합뉴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AFP = 연합뉴스]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16일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행위와 폭력행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4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국토안보부는 이에 응하지 않으면 SEVP 인증 종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A씨는 “유학생들은 국토안보부가 제시한 인증 취소 시한인 4월 30일이 지나서 모두 안심하는 분위기였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유학생을 볼모로 대학을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하버드대 3학년에 재학 중인 B씨는 “당장 여름방학 인턴십을 위해 미국 외 지역으로 출국해야 하는데 자칫 입국이 거부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인턴 기회를 포기하면 4학년 졸업 후 취업에 불리하고, 막상 떠나자니 신분 자체가 위험해져서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졸업 예정자들의 고민도 상당했다. 재학생은 우선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까지 상황을 지켜볼 시간이 있지만 이미 취업했거나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은 체류 신분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생 가운데 많은 수는 대학 졸업 후 전문직 비자(H-1B)를 취득할 때까지 일정 기간 학생비자 신분으로 취업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로 학생비자가 취소되면 미국 내 구직·취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달 1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교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학교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이 창립자 존 하버드 동상 주변에 집결해 있다. [AFP =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교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학교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이 창립자 존 하버드 동상 주변에 집결해 있다. [AFP = 연합뉴스]

다음주 졸업식을 앞둔 4학년 재학생 C씨는 “이미 취업이 결정된 유학생들 중 취업비자를 아직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은 할 수 있는지, 학생비자가 취소되면 바로 출국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증 취소 조치에 대해 하버드대가 법원 가처분 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버드대 언론 담당인 제이슨 뉴턴 디렉터는 이날 성명에서 “공동체 구성원에게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의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가치가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선진국으로서 미국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으로 인해 타격을 입고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하버드대 재학생은 물론 다른 미국 대학 유학생과 유학준비생까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현지 체류를 위한 유학 비자 발급 여부가 불확실성의 기로에 놓여 있어서다.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학부모는 “아들이 하버드대는 아니지만 군 복무를 마친 뒤 내년에 미국 학교로 복학해야 하는데 돌아갈 수 있을지부터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음 학기 미국 현지 대학 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한 학생은 “일단 비자 인터뷰를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학 준비가 가능하거나 유학반을 둔 국내 고등학교에서도 이 소식은 큰 관심사다. 일부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는 해외 유학반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고 관계자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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