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는 청소년 3천명 육박
여학생 수, 남학생 수 3배 넘어
학업·외모 스트레스 취약한 탓
SNS 후기 퍼지며 모방 확산
뇌 손상·충동 조절 문제 우려
남용 학생 자살시도 위험 4.6배
중학생 이 모양(15)은 조퇴를 하고 싶을 때 수면유도제 10알을 먹는다. 약물 과다복용 부작용으로 환각·환청 증세가 생기면서 안색이 창백해지기 때문이다. 이양은 "한 번 할 때 각종 진통제, 멀미약, 항우울제를 합쳐 많으면 30알까지도 먹는다"며 "원래는 학업 스트레스로 자해를 했지만 흉터가 남는 게 싫어서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이양은 자신이 약을 먹었을 때 생기는 변화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호기심을 갖는 또래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OD(Overdose·약물 과다복용)' 문화가 SNS를 통해 놀이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15일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청소년(10~19세)은 한 해 평균 2570명으로, 2021년 2320명에서 지난해 2994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의약품을 오남용하는 10대 여학생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내원한 15~19세 여학생은 1342명으로 같은 연령대 남학생 324명의 3배를 넘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여학생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에 남학생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밖으로 표출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남학생들이 갈등을 외부로 분출하는 반면 여학생들은 자기 비하나 자기 학대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학업과 진로, 외모, 친구와의 비교 등 사회적 압력에 대한 감정을 해소할 대안을 찾다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OD문화가 틱톡, 엑스(X·옛 트위터) 등 여학생들이 자주 쓰는 SNS를 통해 퍼지면서 또래 집단과의 소속감을 느끼는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점도 문제다. 권 교수는 "청소년은 신뢰가 형성된 온라인 지인이 하는 얘기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며 "'약을 먹어 보니 괜찮았다' '부모가 관심을 가져줬다'는 식의 경험담을 접하고 이를 모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약물 남용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방수영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복적으로 약을 복용하다 보면 충동 조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성인이 되기까지 계속 발달하는 청소년의 뇌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 과다복용은 심할 경우 실제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옥 제주대 간호학과 교수는 대한간호학회지에 게재한 관련 연구에서 약물 남용 경험이 있는 학생은 없는 학생에 비해 자살 시도 위험이 4.67배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반복되는 자해행위가 죽음에 대한 공포도를 경감시켜 자살 실행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박자경 기자 / 문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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