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7연속 동결…"올해 성장률 2% 밑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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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커지자 한국은행이 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다.

한은 금통위는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동결 이후 7회 연속 동결이다.

중동 전쟁으로 물가와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여기에 성장 전망도 어두워지는 등 금리 인상이 어려운 거시경제 여건인 만큼 동결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2%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2%대 중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현 경제 흐름에 대해 “국제 유가 상승과 에너지 공급 차질 영향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일부 업종에서는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등 성장 하방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전쟁 추이와 에너지 공급망 복원 여부 등을 살펴본 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세 번, 이 총재 기자회견에선 네 번 언급됐다. 매번 공개해온 3개월 금리 포워드 가이던스 결과도 밝히지 않았다. 이 총재는 “전쟁 전개 방향에 대한 실마리가 보여야 통화정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도 할 수 있다”며 “3개월 후 금리 전망에 대해 개별 위원의 의견을 묻지 않았고, 금리 인상이나 인하에 대한 논의도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다른 면이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당시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며 물가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현재는 경기 개선세가 약한 상황에서 전쟁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에 물가와 경기 사이의 상충이 심화할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 총재는 “지금 종전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보인 신중론에 대해 “시장 금리에 과도하게 반영된 금리 인상 기대를 일부 되돌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시장에서 나왔다. 금통위 이후 증권가에선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강하게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360%로 전날(연 3.338%)보다 0.022%포인트 상승했다. 휴전 상황에 대한 불안과 신임 총재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00원을 넘나들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 이 총재는 “세계국채지수(WGBI) 가입, 서학개미 순매수세 감소 등을 고려하면 중동 사태 안정 때 빠르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의 절대적인 수준보다 달러인덱스(DXY) 대비 절하·절상률을 더 깊이 살피는 게 거시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오른 건 미국이 금리를 크게 올렸기 때문”이라며 “당시 다른 통화도 함께 절하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달러인덱스보다 원화가 더 빨리, 많이 절하된 데 대한 정책적 대응은 고민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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