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봉사 간 딸 휴대폰은 어쩌나"…불안한 SKT 가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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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딸이 2월부터 6월까지 해외 봉사를 가 있어서 국내 유심은 정지해둔 상태예요. 그런데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 자체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해킹되면 책임도 못 진다는 데 너무 불안하죠.”

최근 유심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이 내놓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강화 대책에 대해, 일부 가입자들은 오히려 구조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 체류 등으로 통신을 ‘일시 정지’시킨 가입자들의 경우 보호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고, 그에 따라 보안 책임에서도 제외되는 구조라 실질적인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30일 제보자에 따르면 장기 해외 봉사 중인 딸은 현지 유심을 쓰고 있어 SK텔레콤 유심은 정지해둔 상태다. 이 경우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이 불가능해 별도의 조치도, 보안 책임 보장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로밍 이용자만 대책에 포함할 게 아니라, 유심 정지 상태 고객도 함께 고려한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유심 보호 서비스는 부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심이 정지된 경우 복제나 도용이 불가능하므로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예컨대 서울에서 쓰던 폰이 꺼진 상태에서 부산에서 동일 유심으로 시도하면 부정 사용으로 탐지되지만, 정지된 유심은 시스템상 아예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도용 자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 29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 'SK텔레콤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 29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 'SK텔레콤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남는다. 문제는 ‘도용 가능성’이 아닌 ‘보호 서비스에 가입조차 안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이 밝힌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에 한해 100% 책임지겠다”는 원칙은 오히려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날 기준 이달 28일부터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행한 이후 이틀간 교체 건수는 약 70만5000건에 그쳤다. 교체 대상자 2500만명(알뜰폰 포함)을 감안하면 전체의 2.8% 수준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8일 해킹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전국 2600여 개 T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료 교체를 시행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5월 말까지는 해외 로밍 중인 가입자도 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SK텔레콤 내부 분위기에 대한 루머도 확산 중이다. 일부 게시물에는 “직원들이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 있다”라거나 “내부 지침으로 침묵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경닷컴이 복수의 SK텔레콤 직원들은 통해 확인해본 결과 "공식적인 대응 지침은 없었다"며 "다만 현재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고 회식이 취소되는 등 조직 전반이 긴장 상태라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 우려가 나올 정도지만, 루머의 주장처럼 ‘입단속’이 이뤄진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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