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상선㈜
서도상선은 1993년 문정형 회장이 창업한 복합운송 주선업체다. 선박 없이 화주와 선사를 연결하는 이 업종은 국내에만 5000여 개 업체가 난립하는 치열한 시장이다. 문 회장은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던 한국 경제와 컨테이너선으로 전환되던 해운 시장, 러시아·중국과의 수교로 열리던 새로운 교역 루트에서 가능성을 읽고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철학을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했다.
여기에 문 대표는 자신만의 시각을 더한다. 32년 전 부친이 발을 들인 그 시장은 여러 요인에 의해 지금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취급 화물의 성격부터 변했다. 과거 대량 소비재 중심에서 반도체 소재, 정밀 장비, 위험물 등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고부가가치 화물이 크게 늘었고 개인 직구·역직구 시장의 급성장은 물류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다.
서비스의 기준도 재정의됐다. 화물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운송하는 기능만으로는 부족해졌고 실시간 정보 공유, 공급망 가시성, 리스크 대응 능력이 경쟁력의 새 척도가 됐다. 선사들이 더 이상 적자를 감수하며 선복을 쏟아내지 않으면서 화주 입장에서는 적시 운송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공급망은 점점 더 복잡한 방정식이 돼가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문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데이터 기반의 판단력과 빠른 대응 능력이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공급망 예측, 재고 운영, 운송 설계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서도상선도 업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면서 AI 기반 분석과 운영 최적화를 위한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문 대표는 “AI는 임직원의 판단력과 경험을 보완하는 도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의 물류는 단순한 운송보다 판단과 대응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고 그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 믿음이 100년 기업을 향한 서도상선의 전략으로 이어진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사람과 기술이 시너지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문 대표는 “대량생산 제품이 넘쳐나도 장인의 명품이 가치를 인정받듯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친이 일군 신뢰와 현장 감각, 그 위에 새 시대의 기술과 전략을 더하는 것. 그것이 문 대표가 서도상선의 다음 100년을 향해 설정한 항로다.
“거친 풍랑을 만나기도 했고, 순풍을 타고 힘차게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항해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준 임직원, 고객사, 협력사 덕분입니다.”
앞으로의 바다는 더 빠르게 변하고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나 서도상선은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맞서 나갈 준비를 해온 기업이라고 문 대표는 자신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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